영화를 보면 영악한 사기꾼이나 금고털이범이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이 미국 언론매체 허프포스트를 통해 이러한 캐릭터에 쉽게 빠지게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 우월감과 위안= 보통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기꾼의 입장이 되어 우월감을 느끼고 심지어 피해자의 억울함보다는 피해자가 얼마나 아둔하고 어리석었는지에 대해 보다 주목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 나는 그 같은 피해의 경험이 없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위안을 느끼고, 절대로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경험하게 된다.
◆ 범죄예방 차원에서 얻는 교훈= 사기꾼에게 당한 피해자는 크나큰 어려움과 좌절을 경험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일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사기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희생자가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범죄물이나 수사물이 인기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라는 게 심리학 교수 마리사 해리슨의 설명이다.
◆ 피해자에 대한 무관심= 강력범죄를 저지른 살인범이나 폭력범과 달리, 사기꾼을 등장시키는 영화나 책 등은 그들이 얼마나 영리하고 노련하게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런 부분을 부각한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피해자보다는 때론 달변가이고, 때로는 천재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기꾼에게 쏠린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범죄의 관점보다는 대담한 사기 수법을 흥미롭게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 지각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화려함=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기꾼의 모습은 외모도, 지능도, 능력도 모두 뛰어난 사람으로 묘사된다.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재의 모습을 보이고 수학이나 공학에서 천재적인 면을 보이거나 미술, 음악 등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기도 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법 같고 판타지 같은 내러티브에 빠져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 뻔뻔스러움에 대한 동경= 사기꾼은 보통 나르시시스트의 기질을 보인다. 자신감으로 충만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고수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위축되거나 주눅이 들 때가 많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거나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사기꾼의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을 부러워하는 심리가 일어난다.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 샤덴프로이데=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과학자들이 뇌를 fMRI로 관찰한 실험에서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기쁨을 발생시키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영화나 책을 넘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기꾼의 모습이 더욱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화려한 삶을 부각한 사진들의 이면에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사기를 친 성공 스토리가 깔리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들이 이러한 부분에 무뎌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