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은 ‘분노’, 노년층은 ‘행복’에 민감 (연구)

[사진=Alfira/shutterstock]
우리는 상대의 표정을 통해 대략적인 기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표정을 감지하는 능력이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표정은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징표다. 그런데 항상 얼굴로 명확한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어떤 감정 상태인지 감지하기 어려운 모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럴 때 상대의 표정을 얼마나 정확히 읽을 수 있는가는 개인차가 있다. 명확하지 않은 감정 신호를 잘 감지해내는 것은 인생을 사는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면 관계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감정을 감지하는 능력은 인생 단계별로도 달라진다. 나이대별로 잘 감지하는 감정 상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나이대에 당면한 문제와 연관을 보인다.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이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 호주, 독일 등에 거주하는 10~85세 사이의 실험참가자 919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연관성을 확인한 내용을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발표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두 개씩 짝지은 얼굴 이미지 56쌍을 보고, 어떤 얼굴이 더 화가 난 것으로 보이는지, 행복해 보이는지, 혹은 두려워 보이는지 등에 대해 답했다. 얼굴들을 구분하는 이 테스트는 ‘쉬운 단계’, ‘중간 단계’, ‘어려운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 결과, 화가 난 얼굴 단서에 대한 민감도는 10~14세 사이에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30세까지 완만하게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그 이후 노년기까지는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젊을수록 화가 난 표정에 예민한 이유를 추론했다. 청소년기는 처음 사회적인 상황에 노출돼 대처법을 학습해나가는 단계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화를 유발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선행 연구에 의하면 왕따의 피해자가 되는 학생들은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을 상대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이를 분별해내는 학습은 또래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두려움에 대한 민감도는 19세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34세에 정점을 찍었다. 45~50세까지는 비교적 높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이후 감소했다. 두려운 감정을 감지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데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어린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연령대까지 민감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보통 21~35세 사이에 광장 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등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행복에 대한 민감도는 앞선 두 감정과 다른 패턴을 보였다. 10~22세 사이에 증가하기 시작해 노년기에 접어들 때까지 비교적 일정한 상태를 유지했다. 나이가 들수록 분노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에는 덜 예민해지는 반면, 행복에 대한 민감도는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는 노년층이 젊음층보다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는 선행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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