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인 줄 알았는데…책 안 읽는 아이 ‘약시’일 수도

[사진=DoctorKan/shutterstock]
학교 수업시간,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인다는 아이. 공부하기 싫어 꾀부리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안과에서 ‘약시’ 진단을 받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약시는 안과 정밀검사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지만, 시력표 검사를 하면 양쪽 눈의 시력이 두 줄 이상 차이가 나고 안경을 써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사시가 동반되는 일이 많고, 만 8세 이후 발견되면 교정이 어려워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아 눈에 쉽게 무리가 가고, 이로 인해 소아약시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약시는 원인에 따라 사시약시, 폐용약시, 굴절이상약시, 굴절부등약시, 기질약시 등으로 나뉜다.

사시가 원인이면 ‘사시약시’라 하는데, 보통 4세 이전에 잘 생긴다. 사시는 양안의 정렬 방향이 동일하지 않고 한쪽 눈이 상대적으로 외측 또는 내측으로 편위된 상태를 말한다.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는 “사시가 있으면 양쪽 눈의 물체가 맺히는 부분이 달라 물체가 2개로 보이는 복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눈의 가장 중심 부분인 황반부 기능을 억제시켜 한 눈에서 오는 시각정보를 무시하면 한 눈의 시력만 정상으로 발달하고, 억제된 눈의 시력은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폐용약시는 눈꺼풀처짐, 백내장, 각막혼탁 등 눈 안으로 빛이 정상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발생하는 약시다. 소아는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검진을 통해 이러한 기질적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약시를 예방할 수 있다.

굴절이상약시는 근시, 원시, 난시 등의 굴절 이상이 심할 때 발생하는데, 활동이 주로 가까운 거리에 국한된 아이는 먼 거리는 잘 보이나 가까운 곳은 흐리게 보이는 원시에서 약시가 잘 생긴다.

굴절부등약시는 양안의 굴절력 차이로, 굴절이 심한 눈에 약시가 발생한다. 양안 망막상의 크기와 선명도가 다르기 때문에 융합이 불가능해 좋은 쪽 눈을 주로 사용하고 나쁜 쪽 눈의 정보는 무시하면서 약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기질약시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망막의 시신경 조직이나 시신경 경로의 특정 부분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약시다.

문남주 교수는 “약시는 시력이 완성되는 취학 시기 이전에 치료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간혹 약시의 치료 시기를 놓쳐 성인이 되어서까지 심각한 시력장애를 겪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약시의 치료율은 만 4세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95%지만, 만 8세에는 완치율이 23%로 떨어진다. 그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아이는 자신의 시력이 좋은지 나쁜지 잘 표현하지 못하므로 만 3세가 되면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아이가 ▲ 생후 6개월이 됐는데도 눈을 잘 맞추지 못할 때 ▲ 눈부심이 심하고 TV를 볼 때 찡그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치켜들고 볼 때 ▲ 사물을 볼 때 눈을 찌푸리거나 다가가서 볼 때 ▲ 고개를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 째려보듯 볼 때 ▲ 양쪽 혹은 한쪽 눈꺼풀이 쳐져 있을 때 ▲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비빌 때 ▲ 일정한 곳을 주시하지 못하고 시선이 고정되지 않을 때 ▲ 한쪽 눈을 가리면 눈앞 물체를 잘 보지 못할 때 등에서 1~2개 이상을 보인다면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약시 소견이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안 보이는 눈의 발달을 위해 약시의 원인인 눈꺼풀 처짐, 백내장 같은 기질적 이상을 치료하고, 굴절이상은 안경을 사용해 교정한다. 정상 시력인 눈을 가려 약시안의 시력을 회복하도록 하는 ‘가림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사시가 동반됐을 땐 필요에 따라 사시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시력 회복이 가능한 민감기는 7~8세 정도까지로 보고되지만, 8세 이후 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8세 이상의 아이라도 중등도 이상의 시력을 보이면서 치료에 잘 협조한다면 적극적인 가림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다. 안경교정이나 가림치료 시행 이후에는 주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재발이나 굴절 이상 여부 등을 관찰하도록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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