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결함? 해코지 가능성 있는 조현병 환자, 제때 입원 못해”

[사진=Chinnapong/shutterstock]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되풀이된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 사건으로, 재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 벌어진 조현병 환자의 칼부림 사건으로, 아파트 주민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조현병 환자의 칼에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가해자가 정신 병력이 있는 환자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이런 사고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의 허점을 비판하는 시선들이 있다.

입원 조치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입원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현 입원제도는 자발적 입원과 비자발적 입원으로 나뉜다. 이 중 정신질환자의 동의 없이 입원이 가능한 비자발적 입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행정입원’이 있다.

그런데 비자발적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 현실적으로 입원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자의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진다는 것.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이 신청하고, 소속이 서로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일치된 소견을 보였을 때 입원을 확정한다. 반면 행정입원은 경찰관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게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하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정신질환자의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는 제도다.

이번 진주 살인사건 가해자의 가족은 가해자를 대상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행정입원 두 가지를 모두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를 추진한 가해자의 형은 가해자와 형제 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보호의무자인 직계가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신청이 불가능했다는 것.

이에 가해자의 형은 행정입원을 시도했으나, 이조차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기 어렵고,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소송에 대한 부담, 행정입원을 위한 지자체의 예산 편성이 따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 등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로 설명된다.

이와 관련,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으로는 중증정신질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는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정신질환자 입원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사회에 방치될 것이란 설명이다.

조현병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잘 치료 받은 조현병 환자는 공격성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순종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조현병 환자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불안 심리가 커지고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중증정신질환자가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절차를 완화하는 것이 그 한 방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이 줄고, 진주 아파트 사건처럼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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