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재 선고 이후.. 산부인과 의사들의 두 가지 시선

[사진=Blue Planet Studio/shutterstock]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리면서 낙태수술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시선이 복잡하다. 낙태죄가 사라지게 됐지만, 헌재가 정한 관련 법 개정 시한인 내년 12월 31일까지 최장 20개월간 낙태죄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관련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의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헌재의 결정이 단순 위헌이 아닌 불합치가 나온 것에 대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대체로 의사들을 옭아맸던 처벌 규정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에 대해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헌재의 결정 이후 낙태 수술을 해준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시행을 관련법 개정 때까지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게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뿐 아니라 행정 제재도 하는 것을  유예하는 것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정부가 헌재 결정 이후 관련 법 개정 전까지 생길 수 있는 국민의 불편, 갈등 등을 줄이기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돈벌이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그런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만약 보험 급여가 된다든지 낙태 시술이 합법화가 된다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병원들도 수술을 시행하는 등 (낙태수술) 의료기관 수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그 비용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비용뿐만 아니라 시술 접근성 등이 훨씬 더 쉬워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 중에는 “낙태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자신을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낙태가 합법화 되더라도 수술을 원하지 않는 의사는 낙태수술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진료거부권을 달라”고 했다.

이 청원인은 “낙태 합법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소신껏 걸어온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이제 접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청원을 올린다”면서 “10년 이상 저수가와 사고 위험에도 출산 현장을 지켜온 산부인과 의사로서 절대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종교적 양심’으로 인한 수술의 어려움과 함께 현재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인 산부인과 미래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독실한 카톨릭·기독교 신자의 경우 산부인과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낙태 시술 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낙태 시술 병원’을 따로 지정하고 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선고에 따라 길게는 20개월 동안이나 낙태죄를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 전까지 국민들과 의료계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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