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5호 (2019-04-04일자)
비틀스를 퇴짜 놓은 음반사 프로듀서
1964년 오늘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싱글 차트 1~5위까지 영국 록그룹 비틀스의 노래들로 채워진 것이죠. 1위는 ‘Can’t Buy Me Love’였고 2위 ‘Twist And shout,’ 3위 ‘She Loves You,’ 4위 ‘I Want to Hold Your Hand,’ 5위 ‘Please, Please Me’였습니다.
비틀스는 이날 ‘I Want to Hold Your Hand,’ ‘She Loves You’에 이어 세 곡을 연이어 1위에 올리는 초유의 기록도 세웠습니다. 이날 앨범 차트에서는 ‘Meet the Beatles’와 ‘Introducing…The Beatles’가 1, 2위를 점령했습니다.
비틀스는 누가 뭐래도 20세기 최고의 록그룹입니다. 음악의 힘에서는 레드 제플린, 전위성에서는 핑크 플로이드가 독보적이지만 모두 비틀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요. 미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비틀스를 ‘우리 시대의 슈베르트’라고 규정하고, “비틀스의 음악은 바흐의 푸가에 필적한다”고 평가했지요.
비틀스는 영국 리버풀과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매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연주하며 내공을 쌓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의 대표적 예로 비틀스를 들기까지 할 정도로 수많은 시간을 연주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혜안의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비틀스의 성공은 힘들었을 겁니다.
레코드 가게 사장이었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고객이 비틀스 욕을 하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공연장에 구경 갑니다. 그는 이들의 ‘싹수’를 알아보고 매니저를 자청합니다. 엡스타인은 당시 영국의 최고 레코드사인 데카의 프로듀스 토미 미한에게 ‘촌지’를 주고 오디션을 주선합니다. 비틀스는 밤늦게 런던에 도착해서 다음날 15곡을 연주하며 실력을 보여줬지만, 미한은 “기타를 중심으로 한 록그룹은 미래가 없다”면서 퇴짜를 놓습니다.
엡스타인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EMI를 찾았습니다. EMI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비틀스의 잠재력을 알아보았지요. EMI에서 발매한 첫 정규앨범 ‘Please, Please Me’는 무려 30주 동안 영국 차트의 1위를 지키다 비틀스의 후속 앨범 ‘With the Beatles’에게 권좌를 넘어줍니다. 엡스타인과 마틴 등의 혜안과 조력 덕분에 세계적으로 6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20세기의 클래식’ 밴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비틀스는 1965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중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습니다. 먼저 훈장을 받은 일부 ‘귀족’들은 이에 항의해서 자신의 훈장을 반납했다고 합니다. 역사는 비틀스를 기억해도, 그 귀족들은 기억하지 못할 텐데….
현실에서는 엡스타인 같은 사람이 많을까요, 아니면 데카의 프로듀스 미한 같은 이가 많을까요? 여러분은 엡스타인에 가까운가요, 아니면 미한에 가까울까요? 번스타인 같은 사람인가요, 비틀스의 훈장에 항의한 ‘양심적 귀족’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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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오늘은 1964년 비틀스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들을 빼 놓을 수가 없겠죠? Can’t Buy Me Lov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신나는 비틀스 초기곡 이어서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