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36만원, 강아지 50만원.. 누가 산부인과의사 할까

[사진=Manop_Phimsit/shutterstock]

산부인과 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매년 전공의 모집 때 산부인과는 ‘기피 과’가 된지 오래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대도시 종합병원 부근에서 숙식을 하는 지방의 산모 얘기는 이제 뉴스거리가 아니다.

통계청의 ‘2018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이 발등의 불이니 이를 타개하기 위한 토론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14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출산 대응을 위한 의료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산부인과 의사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김윤하 회장은 “산부인과 병원이 사라지는 것은 저출산 영향도 있지만,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의료수가 문제가 더 크다”면서 “사람의 제왕절개 수가는 36만원대로 강아지의 50만원보다 적고, 자연분만의 경우 32만원대로 강아지 20만원을 겨우 앞선다”고 했다.

그는 “제왕절개 한 건을 위해 48시간 동안 의사, 간호사 등 다수의 의료진이 매달리고 있지만, 분만과 진통 관리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고 있다. 매년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새로 병원을 차리는 산부인과를 앞서고 있다. 지난 2017년 개원한 산부인과는 46곳인 반면 폐업한 산부인과는 59곳(건강심사평가원 자료)이다. 분만기관 역시 2017년 582곳으로, 2004년 1311곳에 비해  55.6%나 감소했다.

저출산도 문제이지만 크게 줄고 있는 산부인과 의료진 확보도 초미의 과제이다.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전공의가 급감하면서 산부인과 전문의도 줄고 있다. 24시간 대기, 의료사고 위험 등 힘든 업무 환경도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낮은 의료수가에 의사가 없으니 산부인과 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매년 전공의 모집 때 이른바 ‘피성안'(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은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출산을 돕고 돌보는 의사보다 쌍꺼풀 수술하는 의사가 더 대접받는 시대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해 주목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수의료인 응급실-중환자실의 검사-처치-시술에 대해 올 하반기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경우 5월부터 안면, 10월부터 복부-흉부로 건보적용이 확대된다.

이 참에 필수의료의 하나인 산부인과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부인과 분만수가 현실화, 필수진료과목 선정, 전문인력 수급 대책 등이 그 것이다.

지방의 산부인과 의사는 식사중이거나 한밤 중에도 위급한 임신부가 나타나면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도 ‘쌍꺼풀 의사’보다 대우를 못받고 미래도 불안하다.

사명감 하나로 산부인과를 지원한 전공의가 출발점부터 좌절해서 곤란하다. 우리의 누이, 여동생들과 태아의 생명이 바로 산부인과 의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힘들게 일하는 의사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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