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망각이 힘들다 (연구)

[사진=file404/shutterstock]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오스틴)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보다, 의도적으로 잊기 위해 노력할 때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인간의 기억은 동적이다. 한 번 기억한 것을 변함없이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뇌는 주기적으로 기억을 갱신, 수정, 재조직하면서 꾸준하게 정보를 기억하거나 망각한다. 이런 작업은 자는 동안 진행된다.

뇌의 망각 작용과 관련, 과거 연구들은 주로 전두엽이나 해마에 주목했다.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뇌의 감각 및 지각 영역, 특히 복부 측두 피질에 초점을 둔다. 과거에 경험한 복잡한 시각적 자극을 떠올리는 역할을 하는 부위다.

루이스 피코크 교수는 “뇌가 과거의 자극을 기억한다는 것은 자극의 원천을 그대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주로 시각적인 요소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들에게 풍경과 인물의 사진을 보여준 뒤, 그걸 기억하거나 잊으라고 지시했다. 참가자들이 기억 혹은 망각하는 과정에서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자기공명장치로 촬영했다. 인지와 지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발하게 작동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의도적인 망각을 시도할 때 관련 부위의 활동이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 즉 뇌의 활동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기억을 강화하고, 너무 약해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사람 얼굴보다 풍경을 더 잘 잊었다고 밝혔다. 사람의 얼굴은 풍경보다 훨씬 많은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루이스 피코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망치는 과거의 괴로운 기억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More is less: increased processing of unwanted memories facilitates forgetting)는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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