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망각 신드롬, 처벌해야 하나?

[사진=logoboom/shutterstock]
차 안에 아이를 두고 내리는 사고가 빈발한다.

이른바 아기 망각 증후군(Forgotten Baby Syndrome)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50명의 아기가 그렇게 숨졌다. 대개 더운 여름날 부모가 아기를 차에 태웠다는 걸 잊고 내린 뒤 종일 방치한 탓이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부모들이 왜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지 분석했다.

그는 미래 기억력(prospective memory)에 주목했다. 예컨대 ‘점심 식사 후 친구에게 전화해야지’라거나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야지’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능력이다. 안부 전화나 쇼핑을 놓치는 정도의 작은 실수든, 비행기 사고나 아이 망각 증후군 같은 치명적인 과실이든 뇌에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발생한다.

뇌의 이마와 정수리 부위는 저장된 정보를 꺼내 향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걸 관장한다. 이 과정에서 해마는 기억한 계획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역할을 맡고, 대뇌 기저핵은 떠올린 계획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 대뇌 기저핵이 일종의 자동 운항 장치처럼 작동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출근해야 한다’는 습관적이고 익숙한 계획을 ‘자동 운항 방식’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는 걸 빠뜨리는 식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실수는 아주 사소한 요소가 끼어들면서 발생한다. 운전 중 갑자기 걸려온 전화나, 전날 밤 수면 부족 따위가 원인이 되어 순간적으로 중요한 일을 잊는다. 거기에 아기가 잠이 들어 기척을 내지 않는다면 실수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진다.

게다가 뇌는 가짜 기억까지 만든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관련 부모들을 인터뷰하면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어느 부모는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주차장에 갔더니 차 안에서 아이가 울고 있었다”며 당혹해했다.

미국에서는 차에 두고 내린 아기가 숨지면 부모가 과실치사나 살인죄로 기소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러나 이런 처벌에 신중한 입장이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잠재의식(습관)은 종종 의식적인 기억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아기를 두고 내린 것이 아닌 한, 부모를 기소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신경과학자로서 그의 입장이다.

그는 “뇌의 기억 체계만 본다면 차를 몰아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전조등을 끄지 않는 것과, 아기를 두고 내리는 것은 다를 게 없다”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그런 경우 전조등을 자동으로 끄는 시스템을 만들었듯, 차 안에 아기를 두고 내렸을 때 알림을 보내는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When a child dies of heatstroke after a parent or caretaker unknowingly leaves the child in a car: How does it happen and is it a crime?)는 ‘의학, 과학, 법(Medicine, Science and the Law)’에 실렸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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