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고 윤한덕 센터장 국가유공자 지정 서두르자

SKY캐슬? 고 윤한덕 센터장 국가유공자 지정 서두르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드라마 SKY캐슬 속의 화려한 의사의 삶을 바라봤던 사람들은 명절 연휴에 과로사한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얘기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부인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설 연휴에도 연락이 없자 부인이 직접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실을 찾아 그를 발견했다. 당시 부인의 애통한 심정은 지금도 결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열악한 응급의료의 실태와 함께 ‘필수 의료’ 의사들의 삶도 재조명됐다.  SKY캐슬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진짜 의사’의 고단한 일상이 알려진 것이다.

지난 2월 초 정부는 고 윤한덕 센터장이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를 만드는 일에 헌신했다며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도 고인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끼친 업적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고인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보건복지부는 고 윤한덕 센터장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사회발전 특별 공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검토한 뒤 국가보훈처 등과 지정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달이 되어가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고인에 대한 관심이 냄비처럼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린 것인지 우려된다.

고인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지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간인이라도 우리 사회를 위해 특별한 희생과 헌신을 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인 같은 분이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어 그 숭고한 정신이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필수 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빼놓을 수 없다. 고인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계기로 우리나라 필수 의료에 대한 지원도 ‘반짝 관심’에서 단단한 제도화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른바 ‘피성안'(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은 매년 전공의 모집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반면에 과거 인기 과였던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는 몇 년 째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사고 위험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환자의 피를 맞으며 늘 의료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수술 위주의 과를 기피하고 있다. 위급한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의료계는 물론 국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퇴근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고 한다. 응급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나라를 꿈꾸던 그는 명절에도 응급실을 지키다 과로사했다. 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은 가족을 사랑했지만, 가족과의 시간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고인은 SKY캐슬 속의 화려한 의사의 삶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의 가족은  ‘SKY캐슬’이 아닌 경기도 안양시의 지은 지 25년 된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산다고 했다. 근무 여건이나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으로 옮길 기회도 있었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천직으로 알았다고 한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의대에 입학한 수재들이 쌍꺼풀 수술만 하려들면 대한민국 의료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같은 의사가 필수 의료 분야에 넘쳐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 이는 의료계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에 해당한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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