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유전자 탓일까? 의지 탓일까?

[사진=Sergey Chumakov/shutterstock]
가족 구성원끼리는 식성이 비슷하다. 아빠가 짠 음식을 즐겨먹는다면 아이도 짠 음식을 좋아할 확률이 높고, 언니가 단 음식을 좋아한다면 동생도 군것질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가족끼리 식성이 비슷하다는 건, 유전자가 맛에 대한 선호도를 결정한다는 의미일까?

연구자들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단 단맛이나 짠맛에 대한 식탐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요인이 오직 유전자 하나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맛 선호도와 유전자 사이의 연관성을 살핀 결과, 미각에 관여하는 수용체가 있고, 여기에 든 유전 성분이 맛에 대한 선호도를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체질량지수, 신진대사, 뇌의 보상 센터, 배고픔과 포만감을 결정하는 호르몬, 식탐 등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나쁜 식습관의 변명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한다.

나쁜 식습관이란, 달게 먹거나 짜게 먹는 등의 식습관을 의미한다. 짜게 먹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하지만 소금을 아예 안 먹겠다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소금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나트륨과 염화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소금 섭취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

설탕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우리 몸은 지방과 단백질을 이용해 설탕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인 포도당을 만들어낼 수 있다. 꼭 설탕 섭취를 통해 포도당을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 특히 정제된 설탕은 강력한 보상 체계로 작용해 중독성이 강하고 식탐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식탐은 유전자의 영향도 받지만 정제된 설탕을 자주 먹는 식습관처럼 유전자 외적인 요인의 영향도 받는다는 의미다.

유전적 요인이 식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FTO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배고픔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그렐린과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수치에 영향을 끼쳐 식탐을 유발한다.

하지만 식탐이 심해지지 않으려면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분하고 건강하게 먹으려는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한다.

진짜 배가 고플 땐 어떤 음식이든 당기지만 가짜로 배가 고플 땐 단 것 혹은 짠 것처럼 특정한 맛이 당긴다. 가짜 배고픔에 따라 케이크를 먹는다거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면 나쁜 식습관이 형성된다. 식탐은 ‘습관화’를 통해서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단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탓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식탐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식탐을 유발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부터 수면 부족, 영양 결핍, 저혈당, 탈수증, 스트레스 등이 있다. 이 중 단 한 가지만 식탐을 유발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은 여러 가지가 동시에 영향을 미쳐 식탐 조절이 어려워진다.

식탐을 극복한 ‘완벽한 식습관’은 존재할까? 건강 전문가들조차 완벽한 식습관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때론 달게 혹은 짜게 먹어도 된다는 것. 단 전반적으로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탐을 유발하는 요인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유전자가 소금이나 설탕의 유혹에 취약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생활습관과 식습관 교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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