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움바이오, 설립 2년 만에 두 건 기술 수출 쾌거…비결은?

[바이오워치]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사진=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티움바이오 제공]
2019년 티움바이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그룹에 폐섬유증 치료 신약 후보 물질 NCE401을 기술 수출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지난 26일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 치료 신약 후보 물질 NCE403을 대원제약에 이전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설립된 지 2년 만에 두 건의 파이프라인을 연달아 기술 수출 하는 쾌거를 이뤄낸 것.

티움바이오의 저력은 김훈택 대표의 신약 개발 경험과 사업화 노하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27년간 대기업에서 신약 개발에 매진했고, 이젠 직접 설립한 벤처를 통해 희귀 질환 치료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김 대표를 경기도 성남시 티움바이오 본사에서 만났다.

100명 중 99명이 반대한 혈우병 치료제, 유일하게 가능성 엿봐

김훈택 대표는 1990년 SK케미칼(당시 선경인더스트리)에 입사하면서 신약 개발 연구에 발을 들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신약 선플라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천연물 신약 1호 조인스, 발기부전 치료 신약 엠빅스 개발에 참여했다. 혈우병 치료제 바이오 신약 앱스틸라의 미국 및 유럽 승인으로 국내에서 흔치 않은 글로벌 진출 경험도 쌓았다.

“미국에서 유전자 재조합 분야를 공부한 후 2000년 회사에 복귀해 혈우병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변에선 혈우병 치료제 개발을 반대했었죠.”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지혈이 잘 안 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평소 희귀 유전 질환에 관심이 많았던 김훈택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국내 최초로 혈우병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작고 당시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은 생각하기 힘들던 터라 100명 중 99명이 반대할 정도로 비관적인 시선이 대다수였다. 유일하게 김 대표가 개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재 상황에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보다는 기존 치료제에서 좀 더 개선된 신약을 만드는 것이 더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당시 가장 비싼 가격이었던 혈우병 치료제를 좀 더 착한 가격에 제공하면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뚝심으로 결국 세계 최초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를 지닌 앱스틸라가 탄생했고, 국내 바이오 신약으로는 최초로 유럽 승인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

티움바이오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신약 개발을 이어가 보자는 마음에 당시SK케미칼 혁신R&D센터장이었던 김훈택 대표가 동료들과 뜻을 모아 지난 2016년 12월 스핀오프(기업분할)한 바이오 벤처다. 현재 김 대표까지 총 8명의 SK케미칼 출신 연구원들이 티움바이오를 리드하고 있다.

김 대표와 동료 연구원들의 오랜 신약 개발 경험은 티움바이오의 가능성으로 직결됐다. 한 투자자는 티움바이오에 대해 “실제로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A부터 Z까지 직접 경험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벤처는 거의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을 토대로 티움바이오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55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티움바이오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SK케미칼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바탕이 된 혈우병 치료제다. 현재 3개 혈우병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NBP604는 기존 혈우병 치료제보다 반감기를 3배 늘려 편의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자 했다. 김훈택 대표는 “기존 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은 반감기가 2~3시간으로 짧아 지혈될 때까지 두시간마다 투여해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이 반감기를 3배 증가시켜 투여 횟수를 줄이는 제재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 실험에서 반감기 증가 효과를 확인한 상태다. 김 대표는 “혈우병 치료제는 동물에서 나타난 효과가 사람에게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임상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 수출? 글로벌 제약사 니즈와 기술적 트렌드 정확히 파악해야”

[사진=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좌)와 우고 프란체스코 키에지그룹 대표(우), 티움바이오 제공]
티움바이오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최근 대원제약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 치료제 NCE403으로, 현재 유럽 임상 1b상 마무리 단계다. 향후 국내 임상 2상은 대원제약이, 글로벌 2상은 티움바이오가 각각 맡게 된다. 특히 티움바이오는 NCE403을 경구제형으로 개발하며 기존 자궁내막증 치료제가 지닌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동시에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해소했다.

김훈택 대표는 “오는 7~8월쯤 유럽 임상 1b상에 대한 투여와 분석이 끝날 계획이고, 하반기 국내 및 유럽 혹은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파일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 TGF-β 저해제 NCE401은 섬유증을 유발하는 여러 경로에 작용해 뛰어난 섬유화 억제 효과를 보여 퍼스트-인-클래스를 노리는 물질이다. 지난 1월 NCE401을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 그룹에 7400만 달러(약 83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며 주목을 받았다. 연이 없는 키에지 그룹과의 계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기술력 하나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김훈택 대표는 “키에지그룹은 호흡기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고, 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기술 수출) 계약을 결정했다”며 “폐섬유증을 적응증으로 한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은 2021년쯤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섬유증뿐만 아니라 면역 항암제로의 투트랙 개발도 이어갈 계획이다. TGF-β 억제를 통해 면역 항암제의 낮은 반응률을 높일 수 있다.

연이은 기술 수출 쾌거에 대해 김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기술적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던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그는 국내 바이오 벤처끼리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정보 교류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메이저 리그와의 갭을 좁히기 위해선 국내 벤처 간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장이 많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문화가 잘 정착되면 10년 뒤 더 많은 성과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움바이오는 단기적으로 3개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신약 후보 물질 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코스닥 상장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연내 상장으로 안정적이고 탄탄한 자금력을 확보해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우리가 지닌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어 3년 내 폐섬유증, 면역 항암제, 혈우병 등 3개 글로벌 신약 후보 물질 리스트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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