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비공식 입원’ 두고, 의료계-인권단체 갈등

[사진=sfam_photo/shutterstock]
고 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사망 후 이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일명 ‘임세원법’이 연이어 발의됐다. 하지만 현재 임세원법은 의료계와 정신장애인 인권 단체 사이의 팽팽한 갈등의 중심에 있다.

“비공식 입원 도입으로 치료 문턱 낮추자”

현재 입원은 크게 공식 입원과 비공식 입원으로 나뉘는데 그 기준은 국가의 통제 여부다. 쉽게 말하면 공식 입원은 입원 사실을 국가에 보고하는 것이고 비공식 입원을 보고하지 않는다. 비공식 입원은 개방 병동 등에 입원 신청서 등 법적인 형식 없이 자유롭게 입·퇴원할 수 있는 유형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법제이사에 따르면 현재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입원은 모두 공식 입원으로 비공식 입원 제도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임세원법)은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등에 비공식 입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현행법에서 공식 입원은 폐쇄 병동 입원을 전제로 하며, 까다로운 입원 절차와 함께 퇴원 의사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다른 진료과 환자는 특별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입퇴원이 가능하며 국가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데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만 이러한 절차를 걸쳐야 하는 것이다.

최준호 법제이사는 “중증정신질환자에서 강제 입원이 의학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신 보호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 정신건강복지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입원은 매우 사적인 사건인데 왜 국가에 모두 보고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비공식 입원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다만 남용이나 악용 우려가 있어 입원 시에만 1회 보고하며, 폐쇄 병동에의 입원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입원 제도 손볼 때가 아니다”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는 비공식 입원 조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정신질환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이용하거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이를 ‘비공식 입원’이라는 용어와 규정을 두는 것은 불필요하고 정신의료서비스를 차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신장애인 인권 단체 측은 “입원 제도 위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지난 임세원법 공청회를 통해 “현재 너무 많은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당하고 있다”며 “장기간 입원 치료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갇혀 있는 환자가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 권오용 회장은 “입원 절차에 쏟을 예산과 에너지를 지역사회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1년 정신건강예산 중 4조 5000억 원은 정신의료서비스 비용이다. 지역사회의 시설 유지 및 서비스 비용은 1800억 원에 불과하다.

“입원 제도를 손질해 병원을 보내면 뭐합니까? 정신질환자에게는 퇴원 후 돌아갈 집도 필요하고 일할 곳도 필요합니다. 결국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역 사회 서비스에 쓰이는 예산은 너무 적고 기반이 잘 되어있지 않아 결국 병원밖에 갈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입원 치료와 연관된 병상에만 의료비 재정을 너무 많이 쏟고 있습니다.” (권오용 회장)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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