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제약사는 북한 의약품 지원에 낙담하나

[바이오워치]

[사진=AlexLMX/gettyimagesbank]

“우린 오리지널 약이나 국산 복제약을 똑같은 약으로 본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즉,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약과 국내 제약사가 복제한 제네릭 약의 효능 차이가 없다고 인정한 것.

그러나 최근 북한에 스위스 타미플루를 보내기로 한 정부의 선택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국산 타미플루 복제약이 150여 개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스위스 산을 보내야 했는가라는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정부 비축분에서 스위스 타미플루를 보내고 남은 빈자리를 다시 스위스 타미플루로 채운다는 소식에는 국내 제약업계 뿐 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성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유독 제약 바이오산업 육성을 강조해왔다. 새 해를 맞아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직접 제약 바이오 현장을 방문해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효과가 같다면 국내 제약산업을 도와주는 측면에서라도 국산 제네릭을 선택했어야 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내 제약사가 아닌 외국 기업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가시 돋친 발언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오리지널 타미플루로 비축분 공백을 채우는 것과 관련해선 “비축분을 채우는 것은 본질이 같아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사실상 오리지널 타미플루와 국산 제네릭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복제약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제약 시장은 여러 부작용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매번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불법 리베이트 사태는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에 이르는 복제약이 경쟁하는 한정된 시장이 큰 원인이란 것이 제약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제약업계도 글로벌 제약사의 어떤 약이 특허가 끝나면 너나없이 복제약 제조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좀 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신약을 개발해 국내 제약 산업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외면하게 되면 일부 자금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 외에는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혁신 신약이나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발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 만큼 대규모 자본력도 갖춰야 한다. 더욱이 각종 규제와 마땅한 가이드라인 없다보니 신약을 개발하고도 제대로 된 약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태반이다.

결국 과도기에 있는 국내 제약 산업을 정부가 철저한 준비와 현명한 정책을 기반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고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신약개발과 제네릭이 공존하도록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 북한 의약품 지원도 인도적 차원과 함께 국내 업계 시장상황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의약품 지원에서 국내 제약업계의 목소리는 빠져있다. 이번에는 긴급 상황이어서 그렇다지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기에 제약회사가 술렁이는 것이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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