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일부 잘라도, 기억력 그대로인 이유 (연구)

[사진=Sudowoodo/shutterstock]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일부 절제해도, 기억장애가 생기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30일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 서울의대 정우림 연구원이 뇌전증 수술로 뇌의 해마 일부를 절제해도 남은 반대쪽 해마 때문에 기억기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인 뇌전증에 다수를 차지하는 ‘측두엽뇌전증’은 해마 부위의 경화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측두엽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며, 수술 후 80%이상의 환자는 호전되거나 완치된다.

하지만 수술 후 측두엽 안쪽에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돼 인지·학습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수술 여부와 그 범위를 선택하는데 있어 이를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팀은 뇌전증 치료를 위해 내측 측두엽 일부를 절제한 환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수술 후 평균 6년 넘게 기억기능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대상자가 단어와 그림을 외우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이들의 해마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수술로 절제한 부위의 반대쪽 해마 활성화 정도가 강할수록 수술 후 기억기능이 좋았다. 수술 전보다 기억기능이 좋아진 대상자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뇌를 수술한 환자는 언어기억에서, 오른쪽의 경우에는 시각 기억에서 이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기억, 우뇌는 시각기억을 담당한다. 각 부분 절제 시 반대쪽 뇌(해마)가 해당 역할을 대신해 담당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사람과 비교한 결과에서는, 수술환자의 내측 전전두엽과 수술한 반대쪽 해마 부위의 연결성이 강할수록 기억기능이 좋아졌다.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같은 연결적 특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천기 교수는 “향후 뇌전증 치료에서 수술여부와 범위를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억장애를 최소화하는 다른 뇌수술 치료법을 고안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우림 연구원 또한 “이번 연구가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기억장애 문제 해결에 있어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신경외과학(Journal of Neurosurgery)’과 뇌영상 학술지 ‘휴먼브레인매핑(Human Brain Mapp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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