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모호한 임상 규정 풀릴까

[사진=Den Rise/shutterstock]
“[단기] 투잡 생동성/임상 참여자 모집”
“피부 임상 연구, 건별 60,000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유독 글씨가 많은 광고가 있다. 대형 스크린도어 광고판, 지하철 차량 내 광고판에 붙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광고다. 임상시험 모집 글은 온라인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도 수시로 올라와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수익 꿀알바’로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과정에 규제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호한 잣대를 유지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광고에 임상시험의 목적, 대상자 선정 기준, 부작용 등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모집 방법에 별도 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한편, 식약처는 2015년 홈페이지에 게시한 유권 해석에 따라 모집 채널을 “신문, 지하철 등 일부 오프라인 매체와 임상시험 모집 기관 홈페이지 온라인 공고”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새로운 임상시험 모집 방법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IT 업체는 “기존 시장에서 통용되던 유권 해석이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7년 모바일 기반 임상시험 참여 중개 플랫폼을 개발했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은 TV, 라디오,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모집 채널을 통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임상 시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모집 채널을 전면 개방하되, 연구자와 피험자 양측에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정보 관리 지침을 엄격히 해 연구 신뢰도를 높이는 추세다.

업체 관계자는 “안정적인 서비스 개발을 위해 식약처 관련 부서에 여러 차례 문의를 남겼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해당 업체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국내 지침 대신 글로벌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기준에 따라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러나 임상 시험 수행 기관은 “식약처의 유권 해석이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서비스 이용을 꺼렸다.

업체 관계자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관리 당국이 역할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무분별한 정보 확산으로 임상시험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라면 단기 수익을 강조하는 온라인 아르바이트 모집 글은 왜 규제 대상이 아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업체는 현재 17일부터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스마트 임상시험 중개 서비스 실증 특례를 신청한 상태다. 관계자는 “지침 안내 대신 규제 단속만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규제 샌드박스 뿐이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모호한 기준이 정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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