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요구대로 스위스 타미플루 공급”…제약업계 ‘술렁’

[바이오워치]

[사진=Eblis/gettyimagesbank]

정부가 북한으로 보낼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오리지널 약인 스위스 로슈 사의 타미플루를 선택해서 국내 제약업계가 부글거리고 있다. 품질이 스위스 제품에 못지않은 국산 제네릭(복제약)을 북한에 공급하길 바랐던 제약회사들은 북한의 요청에 우리 정부가 이의 없이 곧바로 응한 것에 대해서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는 최근 ‘인플루엔자 치료 물자 제공 기금지원 방안’으로 스위스 로슈사의 타미플루 20만 명 분량을 북한에 전달키로 최종 의결했다. 정부가 북한에 인플루엔자 치료제를 보내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타미플루 40만 명 어치가 전달된 데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제약 업계에선 지난해(2018년) 12월부터 남북보건의료 협력 지원의 첫 단계로 인플루엔자 치료제 제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내심 국산 복제약이 북한에 가길 희망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2009년 당시에는 국산 복제약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허가받은 국산 타미플루 복제약은 100개가 넘는다.

A제약사 관계자는 “다른 곳도 아니고 북한에 보내는 약인데 외국산 보단 국산이 가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며 “타미플루는 국산 복제약이 많이 출시된 상황이라 매출이 큰 제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었다. B제약사 관계자도 “아무래도 상위 제약사 제네릭 제품이 북한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었다. 모두 정부가 국산 제품을 사들여 북한에 공급하기를 바라는 속내였다.

그러나 업계의 바람과는 달리 정부의 선택은 오리지널 타미플루였다.

C제약사 한 관계자는 “북한에 보내는데 외국 약을 보낸다니 정부의 선택에 문제가 있는 거 같다. 국내 제약 산업을 지원한다던 정부의 말과는 전면 배치되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D제약사 관계자도 “정부 비축분에 국내 제네릭도 많이 있다. 당연히 국산 제품이 선택될 줄 알았다”며 “그동안 어린이용 의약품 등 정부에 납품한 약도 많은데 왜 굳이 외국산 약을 선택했는지 황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북한은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로슈 타미플루만을 사용해 왔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공했던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로슈 타미플루였고, 2009년 MB정부가 제공한 타미플루도 오리지널 제품이었다는 것.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협력TF팀장은 “북한은 지금까지 오리지널 타미플루만을 사용해 왔다. 과거 WHO나 우리 정부가 타미플루를 제공했을 때도 모두 로슈 타미플루였다”며 “국산 제네릭 제공을 위해 북한과 협의하기도 어렵고 제네릭을 보내려면 입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의성이 있는 약이다 보니 이런 점도 고려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E제약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복제약이 없었을 때이고, 지금은 우수한 국산 제품이 많아서 상황 자체가 다르다”며 “정부가 마음만 있으면 단기간에 입찰을 하면 되는데 결국 행정 편의 주의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독감 치료제도 북한의 요구에 대해 반발을 못하는 우리 정부의 행태를 답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국산 제네릭을 고민 안한 건 아니다. 절차상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콕 찍어 로슈의 타미플루를 원했다”고 실토했다.

E제약사 관계자는 “북한이 그렇게 요구하더라도 우리 제품이 오리지널에 못지않게 품질이 좋고 남북 화합의 상징적 의미와 장기적 공급을 이유로 해서 국산 제품을 제안할 수도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도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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