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2020년 은퇴…직판에 달렸다

[송영두의 현장N]

[사진=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4일 열린 셀트리온그룹 기자간담회는 그야말로 서정진 회장의 존재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평소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서정진 회장이지만 이날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서 회장은 기자들에게 은퇴 소식과 향후 계획을 담담하게 전했다.

서 회장은 “직원들한테 2020년 말에는 은퇴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남은 2년 동안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선도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다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날 셀트리온 그룹으로선 꽤나 굵직굵직한 향후 계획들을 공개했다. 피하주세제형 램시마SC부터, 유럽 시장 직접 판매 체계 구축, 공장 증설, 케미칼 의약품 시장 공략 등. 하지만 가장 큰 이슈로 다가 온 것은 서정진 회장의 은퇴 소식이었다.

발표를 마무리하고 간담회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은퇴 계획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고, 경영 승계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서 회장은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아들한테 회사 물려줄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회사가 주인은 있어야 하잖아요. 주인이 없을 순 없어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CEO는 아들들이 하지 않을 겁니다. CEO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은 이사회 멤버로는 들어갈 겁니다.”

자식들의 경영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못 박은 서 회장이지만 은퇴 소식에 일부 주주사이에서는 은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셀트리온과 한국 바이오 업계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땅부터 시작해 셀트리온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 바로 서 회장이기 때문이다.

은퇴를 예고하긴 했지만 전제 조건이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 회장이 언급한 대로 셀트리온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야 은퇴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란 것. 셀트리온과 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직접 판매 시스템 구축이 그 열쇠일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는 셀트리온이 직접 판매 체계를 구축하면 현재 평균 40% 정도인 유통 수수료를 15~20% 줄일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이익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서 회장이 직접 판매 구축을 통한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타사보다 적은 투자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경쟁사들은 직접 판매를 위한 영업직 규모가 1500~2000명에 이른다. 반면 서 회장은 100여 명 정도의 인력이면 충분히 직판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서정진 회장이 은퇴는 하겠지만 시점은 직접 판매 체계 구축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이 직접 판매 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높은 위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퇴를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2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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