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잠복 결핵 33%”, 유별난 수치 아냐

[사진=stockphoto mania/shutterstock]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잠복 결핵 감염 비율이 타 집단시설보다 높게 나타났다.

3일 ‘서울신문’은 “산후조리원 종사자 중 잠복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이 전체 의료 기관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의료 기관이 아닌 다중 이용 시설로 분류된 산후조리원이 잠복 결핵 관리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종사자의 33.5%가 잠복 결핵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의료 기관 평균 양성률 17.3%, 전체 집단 시설 평균 양성률 14.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교정기관 재소자 평균 양성률 33.4%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같은 날(3일) 보건복지부는 “산후조리원도 일반 의료 기관과 동일하게 결핵 검진 및 잠복 결핵 검진을 시행 중”이며 “의료 기관 등 타 시설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라 산후조리원 종사자는 종사 전 1개월 이내에 결핵 검진을 받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등 타 시설은 신규채용 후 1개월 이내 검진을 받도록 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결핵 등 질병이 의심되는 종사자는 근무 제한 조치된다”며 “감염 예방 교육 대상자를 종사자 전체로 확대하는 등 감염관리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후조리원만의 문제는 아냐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되어 있지만 현재 결핵이 발병하지는 않은 상태다. 잠복 결핵 감염 상태에서는 증상도 없고, 전염성 역시 없다. 잠복 결핵 감염자가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향후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다. 잠복 결핵이라도 90%는 결핵이 발병하지 않는다.

산후조리원에서 잠 복결핵 양성률이 30%가 넘는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은 잠복 결핵 환자이며, 10명 중 1명은 결핵 증상이 나타난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전반적인 결핵 관리가 잘 되고있지 않다는 것.

가톨릭대학교 산합협력단의 연구팀은 “산후조리원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에서 전 연령에 걸쳐 높은 잠복 결핵 양성률을 보였지만 시설 내 전염원 노출은 거의 없었다. 종사자의 과거 결핵 감염이나 외부 감염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다.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산모 60%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신생아나 산모는 면역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산후조리원 결핵 전염은 이미 전례가 있다. 2015년 6월 29일 서울 소재 산후조리원의 간호조무사가 잠복 결핵 의심 소견을 받았지만, 확정판정 전까지 계속 근무하며 신생아 30명에게 결핵을 옮겼다. 결핵에 걸린 신생아와 부모, 결핵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항생제를 오랜 기간 복용해야 했던 신생아와 부모 230명이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2억 478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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