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VR치료의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haireena/shutterstock.com]
공황장애와 주의집중력장애. 현대 도시민에게서 빠르게 증가하는 정신질환이다. 최근 가상현실(VR)콘텐츠와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해 공황장애와 주의집중력장애 관리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배포를 위해 에프앤아이(FNI), 강남세브란스병원, 샐바스에이아이(AI), 코리아메디케어가 손을 잡았다.

VR콘텐츠와 챗봇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황장애나 주의집중력장애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병이 됐습니다. 그만큼 환자가 많다는 의미 같습니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이 있을까요?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이 많이 이야기하니까 연예인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은 학생, 직장인, 주부,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든 겪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입니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경쟁적인 삶 속에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은 계속 높아졌습니다. 불안이 극심한 상태를 공황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공황장애를 겪을 수 있는 것이죠.”

“주의집중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화된 삶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화된 삶은 정상 범위가 중요한데 여기서 벗어나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학령기에 문제가 되죠.
이제는 어릴 때부터 교육에 관심을 가집니다. 일정한 틀 속에서 교육을 시키죠. 아이는 그 틀에 적응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산만한 사람이 됩니다. 또 본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된 집단의 학습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

-VR콘텐츠는 어떤 방법으로 공황장애 환자나 주의집중력장애 환자를 돕는 것인가요

“공황장애 환자는 불안할 때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서 공포에 빠집니다. 가상현실로 평상시 불안할 때 조절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호흡 조절, 근이완 조절 같은 훈련입니다.
또 공황장애 환자는 극심하게 불안을 느끼는 특정 상황을 기피합니다. 흔히 사람이 많은 광장 같은 곳, 터널이나 지하 같은 답답한 곳, 높은 다리를 지나는 상황을 피해가죠. 일부러 빙 둘러서 가는 것입니다. 가상현실은 이런 상황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주의집중력장애는 본인이 하나에 주의집중할 상황에서 주변 자극 대문에 산만해지는 것입니다. 산만한 자극이 있는 상황에서 자극을 차단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이게 안되는 장애입니다. 주의집중 훈련을 위해서는 일상 상황을 재현해줘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산만해지지 않도록 훈련해야 하죠. 가상현실은 이런 일상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상현실, 환자는 실제처럼 느껴

-하지만 VR콘텐츠는 실제가 아닌 가상인데, 정말 현실에서 도움이 될지 효과가 궁금합니다.

“효과는 운동 경기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선수는 실전을 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선수가 경기만하고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훈련은 실전이 아니지만 실전을 잘 하려면 훈련을 해야하죠.
가상현실은 환자가 힘들어하는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체험을 해도 ‘이런거구나’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있는 분은 가상 상황도 현실처럼 힘들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하고 경험을 쌓으면 실제 상황도 이겨낼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공황장애 환자는 VR콘텐츠와 함께 챗봇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챗봇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요

“VR콘텐츠가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콘텐츠가 제공하는 내용은 한정되어 있죠. 하지만 환자가 힘들어하고 궁금한 것은 더 많습니다. VR콘텐츠를 넘어서는 부분에서 챗봇이 도움을 줍니다.
VR콘텐츠와 챗봇은 보완적인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챗봇에는 공황장애에 대한 책 내용이 거의 다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고 읽은 내용을 잊을 수도 있지만, 챗봇은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적절하게 답해주는 장점이 있죠.”

강남세브란스, 가상현실클리닉 15년 노하우

-정신 질환 치료나 관리에 VR을 이용하는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VR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가상현실클리닉이 있습니다. 문을 연지 15년이 됐습니다. 사실 VR은 요즘 기술은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기가 작아지고 해상도도 좋아진 것이죠. VR을 이용하면 좋은 치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회공포증 환자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기를 힘들어합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말할 상황은 많은데 힘들어하고 기피하죠.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심한 경우 학교나 직장은 안 가게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어렵죠.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훈련을 하도록 합니다. 훈련을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주로 비슷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서로 상대가 되어 훈련합니다. 하지만 이런 그룹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하죠.
가상현실은 혼자 훈련하더라도 사람이 모여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바타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상당히 좋습니다. 환자가 이전에는 회피했던 상황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죠.
이외에도 클리닉에서는 조현병 환자와 알코올 중독 환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경험을 공황장애와 주의집중력장애로 확장한 것입니다.”

-VR콘텐츠를 이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훈련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료진을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VR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환자가 의료진을 만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VR콘텐츠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공황장애는 약물치료가 필수고 VR은 보조수단입니다. 환자들이 약물을 처방받고 나서 일상에서 힘들어하는 부분을 VR콘텐츠에서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환자를 상담하고 평소에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지만 실제로 제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빈약한데, VR은 이런 부분에 도움을 주죠.”

도강호 기자 gangdog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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