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의술 배우자” 중동 의사들 몰려온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수술실에서 쿠웨이트 출신 의사 아마드 알무잘헴이 참관해 수술방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데…, 중동 의사가 내 주치의를 따라다니네?”

최근 서울 주요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병실을 회진하는 의사들 가운데 중동에서 온 의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의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베스트 닥터’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온 의사들이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가까운 의료선진국’ 한국으로 연수 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거리로는 유럽과 더 가까운 중동에서 연수를 오는 것은 최근 현상이다. 중동 의사들이 늘자 보건복지부는 정부간 협정을 맺고 한국에서 ‘한류 의료’를 제대로 배우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동의 의사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서 연수를 받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나군호 교수는 “미국 의대의 정원이 30% 가량 증가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제한’ 등의 정책으로 중동 의사들의 미국 연수가 어려워졌다”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아랍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아시아 최고 의료시스템과 뛰어난 의술로 정평이 나있는 대한민국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쿠웨이트 의사 아마드 알무잘헴은 “한국의 의료 수준은 쿠웨이트에서도 평판이 좋다”며 “한국에서의 교육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연수를 택했다”고 말했다.

중동 의사들은 ‘교육’ 차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어 외래를 보지는 않지만 입원 환자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환자는 대체로 “우리나라 의사가 유명하니까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구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온 환자들은 “여기서 우리나라 의사를 보다니 반갑고 병원에 대한 신뢰가 확 올라간다”는 반응이다.

중동 의사들이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의술을 배우는 방식이라 언어적 장벽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육 자료도 전부 영어로 쓰여 있다. 진료과는 대장항문외과, 외장관외과, 유방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 수술을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주류.

상당수 중동 의사들은 미국, 일본 등을 능가하는 세계 최첨단 치료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다. 로봇수술이 대표적. 세브란스병원은 전체 연수생 중 비뇨의학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25%인데 이는 로봇수술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의사 알리 알카타니는 “한국은 로봇수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말 바쁜 비뇨의학과 센터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역할도 컸다. 복지부는 해외의료총괄과를 개설, 외국인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유치에도 애썼다. 복지부가 유치한 외국인 환자는 연평균 29%가 증가했지만, 의사 유치는 57% 증가해서 의사 유치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의사들이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체험하고 돌아가면 국내 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와 보건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G2G(Government to Government) 보건 의료협력 외국 의료인 연수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몽골 등이며 향후 아랍에미리트(UAE)도 추가될 예정이다. 한국-사우디 연수생은 2014년에 16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45명까지 늘었다. 현재까지 총 139명의 연수생이 한국을 찾았다. 복지부의 외국인 의사 연수는 현재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가나다 순)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경희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외국인 의사는 1~3년 연수를 받고 돌아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국내 병원의 초청 연수가 아닌 유료연수로, 사우디문화원에서 교육비를 지원한다. 평균적으로 1인당 월 3800달러(약 380만 원) 가량 지출하므로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비인기과에서는 인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서울대병원 국제사업국 김준우 매니저는 “우리나라가 의료교육 수혜국에서 제공 국가로 바뀐 상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1953년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하면서 과학자들의 미국 연수를 요청했고 서울대 의대, 공대 등의 학생 226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네소타대학에서 평균 2년간 연수받았다. 당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의 의료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미네소타 프로젝트’다. 이밖에 수많은 의사들이 미국, 일본 등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

세브란스병원 나군호 교수는 “향후 의사뿐 아니라 의료기사의 연수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의료서비스산업에서 선도모델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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