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자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면역 항암제 새 지평 열 것”

[바이오워치] 면역 항암제 개발 기업 유틸렉스 24일 코스닥 상장 예정

[사진=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난소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지인이, 제가 개발한 항체 물질로 15개월을 더 사는 모습을 보며 상용화에 뛰어들었습니다.”

연구자에서 사업가의 길로 돌아선 이유를 놓고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평생 면역학을 연구했던 권병세 대표가 세운 유틸렉스는 설립 3년 만에 기업 공개(IPO)를 공식 선언하며 코스닥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권병세 대표는 1989년 T 세포를 활성화하는 공동 자극 수용체 4-1BB를 전 세계 최초로 발견한 데 이어서 1999년 T 세포 활성화 및 조절 T 세포를 억제하는 AITR 수용체를 처음 발견한 면역학 분야의 석학이다. 이 두 물질을 타깃으로 면역 관문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면역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평생 연구자의 길로 살아올 것으로 생각했던 권병세 대표가 벤처 대표의 길로 방향을 튼 데는 지인의 난소암이 계기가 됐다. 기존 치료제로는 나아지지 않던 난소암이 권 대표가 발굴한 항체 물질을 통해 놀라운 호전을 보인 것. 권 대표는 “내가 발굴한 물질을 빨리 상용화해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더 이로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길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유틸렉스가 주력으로 개발하는 면역 항암제는 기존의 면역 항암제보다 더 나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보이, 옵디보, 키트루다 등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면역 항암제는 면역 관문 억제제다.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T 세포의 CTLA-4나 PD-1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을 막아 T 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이전 항암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투여 환자 가운데 효과를 경험하는 환자가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반면, 유틸렉스가 개발 중인 면역 항암제는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수용체와 결합해 T 세포 기능을 극대화하는 면역 관문 활성제다. 예상치 못한 사이토킨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있는 면역 관문 억제제와 달리 면역 관문 활성제는 그러한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것. 한정훈 유틸렉스 부사장은 “동물 실험에서 면역 관문 억제제보다 항원 결합력과 효능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으며, 면역 관문 억제제와 병용 시 훨씬 높은 효과를 보여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4-1BB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후보 물질 EU101과 AITR 수용체를 통해 조절 T 세포를 도움 T 세포로 전환하는 후보 물질 EU102 이외에도 10가지 이상의 항체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유틸렉스는 인간 내 존재하는 1조 개의 T 세포에서 환자가 가진 암에 반응하는 1만 개의 T 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T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분리된 T 세포의 기능을 체외에서 활성화해 다시 환자의 몸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중 NK/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하는 앱비앤티(EBViNT)는 전 세계 최초의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임상 1상에서 NK/T세포 림프종 2명의 환자에게서 완전 관해를 보였다. 유틸렉스는 임상 2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를 통해 조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임상 1상 단계인 위티앤티는 악성 뇌종양 환자에게서 1회 투여로 종양 크기가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터티앤티는 비소세포 폐암과 유방암에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정훈 부사장은 “기존 T 세포 치료제와 달리 폐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도 높은 효능을 보이고 있다”며 T 세포 치료제에 자신감을 보였다.

유틸렉스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이미 지난해(2017년) 중국 절강화해제약과 EU101의 10개 적응증에 대해 총 3550만 달러(약 402억7500만 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화해제약은 EU101의 개발권 및 중국 판권을 갖게 된다.

EU101에 대해 추가적으로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 유럽 대형 제약사와 기술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EU102 역시 유럽과 미국의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와 접촉하고 있다. T 세포 치료제는 중국 제약사와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공동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권병세 대표는 “2019년~2020년 쯤 새로운 계약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틸렉스는 오는 13~14일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받고 오는 24일 코스닥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 주식수는 총 72만7000주로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8000원~5만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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