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위원 “유전자 DTC 규제 완화 막아야”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 다른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위원에게 공동 대응 호소

[사진= nobeastsofierce/shutterstock]
검사 항목 확대를 두고 찬반 주장이 엇갈렸던 소비자 직접 의뢰(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를 놓고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위원이 규제 완화 움직임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DTC 유전자 검사 규제 완화 여부를 최종 심의하는 기구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오는 12일 오후 2차 본회의를 열고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관리 강화 방안’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민간 위원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는 다른 위원에게 보낸 전체 메일에서 “해당 안건은 유전자 검사 기관 인증제를 빌미로 유전자 검사 항목 선정을 보건복지부 소관 아래 두려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는 DTC 유전자 검사 제도 개선 민관협의체가 제안한 개선안을 폐기한 바 있다. 협의체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유전자 검사 기관에 인증제를 시행하고 현행 12개 검사 항목을 150여 개로 늘리자는 것이었다.

‘바이오 워치’가 내용을 입수한 이메일에서 신영전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회의에서 폐기된 안건을 제목만 바꾸어 다시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민관 협의체 개선안 내용 가운데 유전자 검사 기관 인증제 시행 안건만 빼내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관리 강화 방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서 의결되어야 할 유전자 검사 항목을 인증제 심사 항목으로 배치해 사실상 위원회가 관여하지 못하는 우회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5일 별도의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50여 개 유전자 검사 항목을 추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위원회의 명단과 주요 논의 내용은 공개된 바가 없다. 신영전 교수는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보건복지부는 시행령, 고시 등을 통해 유전자 검사 항목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신영전 교수는 “내용의 적절성을 떠나 본 회의를 통해 폐기된 안을 다시 통과시키는 것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권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며 “이러한 은폐, 우회 시도는 국민과 연구자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존재 이유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전 교수는 “해당 안건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뿐만 아니라 유전자 전문위원회 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임에도 시민에 대한 공론화, 의견 제시 등 과정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영전 교수는 이메일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위원의 본 회의 참석을 호소하며 이번 안건이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만약 유전자 검사가 확대돼야 한다면 검사 허용 항목에 대한 합리적 기준, 부작용 방지 제도화, 시민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전 교수는 “현재도 환자가 원하면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무질서한 유전자 검사가 시행돼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을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배재범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사무관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본 회의 전까지 아무런 말씀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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