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포비아’ 엄마의 눈물 “딸이 자궁경부암에 걸렸다”

[슬기로운 백신 생활 ⑤] 자궁경부암 백신, 미래를 위한 선물

[사진=AppleZoomZoom/shutterstock]
백신 예방접종은 감염병(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체계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백신 거부 운동은 급기야 ‘집단 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코메디닷컴’은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백신을 둘러싼 이런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거는 얼마나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슬기로운 백신 생활’을 모색한다.

“딸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너무 걱정돼요.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부작용이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역시 백신은 못 믿겠어요. 우리 딸내미도 접종 안 시킬 생각이에요.”

백신 가짜 뉴스가 ‘백신 포비아’를 양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무료 접종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출처 불분명한 가짜 정보에 휘말려 주사 맞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으로 만 12세 여자 청소년의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률은 49.1%다. 절반이나 백신을 맞았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이 연령이 국가 무료 접종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나 맞지 않았다’는 표현이 보다 이치에 맞다.

예방접종에 대한 공포와 불신은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 그런데도 접종 기회를 놓치도록 만드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짜 뉴스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日 백신 논문 철회됐지만, 부작용 논란은 여전

HPV 백신의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전 세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친 건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다.

일본은 2013년 4월부터 HPV 국가 무료 접종을 시작했는데 접종자의 일부가 보행 장애,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뇌 장애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백신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일본 도쿄 치의과대학의 논문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2016년 11월 11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이 논문은 HPV 백신이 운동 기능과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신뢰도를 급격히 추락시킨 사건이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동물 실험 설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의 비판으로 논문 게재 철회가 발표됐다. 일반 백신 접종량의 100배에 달하는 백신을 쥐에 투여했다는 점, HPV 백신과 함께 백일해 독소를 함께 투여했다는 점, 백신을 접종한 쥐의 혈청을 뽑아 다른 쥐의 뇌에 뿌려 얻은 결과라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실험 방식과 해석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비판 서한이 받아들여지면서 지난 5월 11일 게재 철회가 결정된 것.

일본 외에도 미국, 유럽 등에서 중증 부작용 사례들이 나타났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해당 국가의 보건 당국은 예방 접종과 부작용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GACVS)는 접종을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며 접종을 권장하고 있고, 미국질병관리본부, 유럽의약품청(EMA), 세계산부인과학회(FIGO) 등도 부작용 근거가 미약하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여자 청소년을 자녀로 둔 국내 학부모의 백신 불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인 만 12세 여자 청소년의 상당수가 백신 접종을 유보하고 있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HPV 백신을 맞지 않은 여자 청소년의 보호자 중 73.5%가 ‘부작용이 걱정돼 접종을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박성택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20.49%가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기피한다’고 답했다.

백신 부작용보다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 훨씬 커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매년 3500명, 사망자는 1000명이다. 반면 백신을 맞고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현재 보고 사례는 전부 가벼운 수준의 부작용으로, 중증 반응은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 두통, 가려움증, 붓기, 열, 현기증, 설사 등의 경증 부작용 역시 백신과의 연관성이 불분명하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근호 교수는 “국내에서 많이 보고되는 백신 부작용은 통증, 실신 등이다. 2016년 무료 접종자 15만 명을 대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단지 0.01%인 16건만이 경증 이상 반응을 보였다”며 “보행 장애나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없었고,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불임 등은 백신과 관련이 없다고 보고됐다”고 말했다.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것보다는 백신 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근호 교수는 “HPV 백신은 영유아기에 접종하는 B형 감염, 홍역, 일본뇌염 등의 부작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암 예방 효과도 매우 크다”며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성 경험 전 미리 접종을…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자궁 입구)에 감염돼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HPV라는 명확한 위험 인자가 밝혀진 암이다. 이 바이러스를 막으면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확실히 떨어뜨릴 수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이 있다. 고위험군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종류들로, 16번과 18번이 대표적이다.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부분 큰 문제가 안 생기지만, 일부는 자궁경부암 위험인자로 발전하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은 HPV2(서바릭스), HPV4(가다실), HPV9(가다실9)이 있다.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에만 대응하고,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 유형과 곤지름(생식기 사마귀)을 유발하는 HPV 유형에 대응한다. 가다실9은 가장 많은 HPV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다.

정부는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성을 대상으로 가다실과 서바릭스 국가 무료 예방 접종을 시행 중이다. 백신 2가 혹은 4가를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맞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HPV 백신은 3회 접종을 받지만, 12세 여자 청소년은 면역 반응이 뛰어난 나이이기 때문에 2회만 접종한다. 만 14~15세 이상이 되면 접종 횟수를 3회로 늘려야 충분한 항체가 형성돼 예방이 가능해진다.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니더라도 13~26세 사이 여성은 접종이 권장된다. 남아는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니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곤지름, 항문암 등을 예방하려면 접종을 받는 편이 좋다.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지하는 사람들 덕분에 백신 수요가 예전보다는 늘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로 기피자 역시 여전히 많은 상태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이근호 교수는 “백신은 암을 예방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궁경부암이 많이 발생하는 우리나라는 HPV 예방 백신으로 청소년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며 “백신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의료인과의 상담을 통해 백신의 장단점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듣고 접종 받으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1억 개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일본과 같은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국민 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 보도입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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