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결사 반대” 외치는 시민단체, 왜?

[사진=lOvE lOvE/shutterstock]
의료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헬스 케어 서비스, 혁신 의료 기기 도입을 위해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바이오 산업계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 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 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바이오 산업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시민 단체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6월 발족한 이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과연대를 비롯한 40여 개 시민 단체와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핵심 활동은 ‘의료 민영화 반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다. 전반적인 활동 방향은 매년 1~2회 열리는 각 단체 대표자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평시에는 매달 1회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응한다.

MB 정부 민영화 추진, 보건의료도 예외 없어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원격 의료를 비롯한 각종 바이오 산업 규제 완화 정책을 반대하는 배경을 알아보려면 10년 전 이명박 정부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298개 중앙 공기업에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며 “보건의료 분야에도 민영 보험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2000년에야 하나로 통합된 국민건강보험 체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진보 진영 보건의료 시민 단체는 미국 의료의 실태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식코’를 상영하는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의료 민영화를 정치 의제로 올렸다.

이후 보건의료 시민 단체는 국회에 발의된 여러 의료 민영화 안건에 대응했다. 2009년 당시 추진된 법안은 ▲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특별법 제정 ▲ 비영리법인 병원의 해산, 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 제주도에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 ▲ 전 국민 건강 정보의 열람을 허용하는 보험법 개정 등이었다.

2011년 11월, 보건의료 시민 단체는 본격적인 의제 활동을 위해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전신인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위한 무상의료국민연대(무상의료국민연대)’를 발족한다. 이듬해(2012년) 연대체는 무상의료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의료 민영화 저지 활동을 추진했다.

의료 산업=신성장 동력? “국민 설득할 시간 필요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에도 의료 민영화 반대 기치를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6월까지 의료 민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경제특구 설치, 영리 병원 추진, 신 의료 기술 평가 무력화, 줄기세포 임상 시험 규제 완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지난 8월, 11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 기기 분야 규제 혁신을 약속한 데 이어, 여야는 ‘규제 혁신 3종 세트’를 골자로 하는 규제자유특구법을 통과시켰다. 본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의료 민영화 정책 추진을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규제를 더욱 완화해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을 활용한 헬스 케어 신사업이 혁신 드라이브 분야로 언급되는 최근에도 시민 단체의 입장은 명확하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적인 사안을 정치 의제화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김 국장은 “지난 10년간의 활동으로 많은 국민이 의료 민영화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필요한 것은 국민을 설득할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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