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0.05:1”, 세계 3~4위 핵의학과 무너지나

[사진=vectorfusionart/shutterstock]
전국에서 단 1명. 경쟁률 0.05:1. 대학 얘기가 아닌 의사 얘기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진행된 2019년 전공의 모집에서 단 1명만이 핵의학과를 지원했다. 20명이라는 적은 정원에도 불구하고 단 5%의 지원율을 기록한 것이다.

핵의학회는 이같은 이유를 “현실에 민감한 젊은 의사들이 전문의 취득 이후 전문성을 살려 의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핵의학은 60여 년의 역사와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3~4위권 이내의 높은 진료 연구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핵의학과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병원들이 속출하였고 젊은 의사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핵의학과는 작지만 중요하고 대체 불가한 진료를 맡고 있다. 방사성 추적자를 체내에 주입해 영상화하는 첨단 체내 영상 검사, 효율적 검체 검사,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진단 치료 등이 대표적으로, 미래 정밀 의학의 주요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참담한 지원율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핵의학회는 주 의료 행위 중 하나이며 암 진료에 필수적인 양전자 단층 촬영(FDG-PET, 이하 PET)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위 ‘심평의학’이 문제라는 것이다.

2014년 정부는 PET 급여 기준을 개정하여 비급여를 없애고 급여 대상을 확대했다. 과도한 검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을 개정하고 의학적 근거를 명확히 하여 오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대한핵의학회를 비롯한 9개 학회가 “암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ET은 대부분의 암종에 대해 민감도가 높고 전신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검사다. 하지만 2014년 개정에서 대부분의 적응증에 대해 타 영상 검사로 대체하거나 이후 시행토록 제한함으로써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조차 실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PET 검사 건수는 2014년 31만 4000건에서 2017년 14만 2000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의학회는 검사 건수가 감소한 것은 PET의 효과성 문제가 아닌 삭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ET 검사 후 병원에서 2.9~14.3%가 다시 삭감되고 있어 의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핵의학회는 “의료 수요에 따라 급여화했음에도 무분별한 삭감으로 비용만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의료혜택을 확대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전공의 지원 급감 사태가 단순히 인력 수급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합리적인 의료시스템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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