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논란…”재량권 남용” vs. “IFRS 도입 무색”

[바이오워치]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을 둘러싸고 전문가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제회계기준(IFRS)이 부여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규정한 반면, 한편에서는 IFRS 가이드라인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유지된다면 예상치 못한 회계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반된 주장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서 벌어졌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을 “재량권 남용”이라 규정했다. 손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FRS가 지닌 모호함과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했다”며 “IFRS의 원칙 중심 회계 처리를 깊이 이해하고 그 틈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IFRS는 단일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상세한 규정 대신 개념적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 기준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IFRS가 부여한 재량권이 경영자의 선택의 자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손혁 교수의 주장이다.

손혁 교수는 “모든 이해 관계자가 보더라도 회계 처리가 적절하고 합리적이어야 의미가 있다”며 재량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기업이 회계 처리 과정과 의도를 주석에 상세히 기재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의 결정은 IFRS 도입 취지를 무색게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동현 회계사는 “이번 증선위 결정은 지분율, 이사회 구조 등을 무시하고 동의권 등 몇 가지 사실 관계만으로 공동 지배를 인정한 것으로, 향후 많은 모기업이 자회사 설립 초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연결재무제표를 피하고 지분법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연결재무제표를 근간으로 하는 IFRS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며,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이오젠도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초기에 실질적인 공동 지배력을 가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시부터 에피스를 종속 회사(연결)가 아닌 관계사(지분법)로 뒀어야 한다”는 증선위의 판단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서 김동현 회계사는 “어느 감사인도 2012년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율 85%, 압도적인 이사회 구성, 실질적이지 않은 콜옵션, 바이오젠의 공시 내용 등을 감안하면 당시 삼성바이로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며 “2013~2017년 사이에 지배력 변경이 이뤄진 것은 분명하고,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을 추진할 정도의 개발성과 판매 승인으로 기업 본질 가치가 상승해 지배력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그 시점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판단에 가장 의미 있는 한 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공정 가치 평가가 2015년 이전에도 가능했다는 증선위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이전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이전 연도 콜옵션 부채에 대한 외부 평가 기관의 평가 불능 의견을 유도해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동현 회계사는 당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성공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공정 가치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봤다. 김 회계사는 “공정 가치 평가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불확실성의 정도인데, 당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성공 사례가 관찰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2014년 말까지는 사업 계획서에만 근거해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그 주장대로라면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성공 사례는 판매 승인이 아닌 판매 실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오리지널 등 한 개 품목 이상의 경쟁이 존재하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판매 승인은 지나가는 하나의 계단에 불과하다”며 2015년 판매 승인을 근거로 갑자기 공정 가치 평가가 가능해진 것도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정새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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