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끝났다” “육아는 힘들다”…세상이 변했다

[사진=Arthimedes/shutterstock]
이미 결혼의 관심 순위는 떨어졌다. 문제는 육아다.

28일 ‘저출생 정책 재구조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반승욱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공개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회문제 언급량 순위를 보면 결혼은 2015년과 2016년에 5위를 유지하다가 올해 15위로 크게 떨어졌다. 출산은 2015년 11위, 2016년 12위에서 올해는 1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경남대학교 이은진 명예교수는 “이미 사회적으로 결혼과 출산의 우선순위가 합의된 상태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합의 하에 이슈조차 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은 주거, 일자리 등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는 것을 사치스럽다고 생각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왕형진 팀장)

결혼과 출산에서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돈’이었다. 결혼과 결혼생활에 대한 걱정과 고민에서는 집, 부모님(용돈), 대출, 저축, 웨딩홀 등의 결혼 준비가 많이 언급됐다. 출산에서 또한 집값, 교육비 등이 가장 큰 부담으로 체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박 육아’, ‘휴직’, ‘힘들다’, ‘맞벌이’

결혼과 임신 및 출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반면, 육아에 대한 언급은 꾸준했다. 2014년, 2015년에 13위에서 지난해 11위로 오르는 등 꾸준히 10위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육아와 관련된 연관어는 부정적인 언어가 많았다. 연관어에는 독박 육아, 경력 단절, 육아 자체의 어려움, 육아와 직장의 병행 등 육아에서 체감되는 고민이 함축되어 나타났다.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는 단연 언급량 1위였다.

육아 관련 언급량은 ‘엄마’가 ‘아빠’의 3.2배, 집안일은 2.3배가 차이 났지만 생활비 부분에서는 비등비등했다.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맞벌이는 만연해졌지만 여전히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보여진다.  양형진 팀장은 “일터와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이 해결되어야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억지로 낳으라고 해서 아이를 낳습니까? 그보다는 출산과 육아에 직면한 부모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향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은진 교수)

이번에 반 부사장이 공개한 데이터는 약 3년간 뉴스,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것이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의견 표출과 고민이 반영됐다는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지원은 경제적 지원이 압도적이다. 임신·출산 과정에서 부모들이 바라는 주요 정책은 난임 지원 횟수 제한 폐지, 초음파 국민건강보험 적용, 산후조리원 지원으로 나타났다. 육아에서는 보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 출산 이후의 여성의 원활한 직장 생활 병행 지원 등이 상위권에 머물렀다. 또 주거 안정화, 양성 평등, 일자리 유연성 강화 등 총체적 삶의 질 개선도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인구 변동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은진 교수는 “이미 사회적으로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어떻게 이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실을 ‘극복해야 할 위기’로 볼 것이냐, ‘적응하고 완충해 나가야 할 현상’으로 볼 것이냐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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