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빈혈, 무시하면 안 되는 질병의 신호

[사진=dokurose/shutterstock]
#. 50대 남성 박 모씨는 최근 빈혈 판정을 받았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피검사를 한 적이 있지만, 질환이 의심되는 소견이 없어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박 모씨. 특별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빈혈은 여성만 걸리는 병인 줄 알고 있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피가 결핍될만한 의심 증상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커져만 갔다.

남성의 빈혈이 더 무서워

빈혈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병일까? 빈혈이 여성의 병이라는 인식은 매달 몸에서 혈액이 빠져나가는 생리 때문에 그렇다. 여성은 자궁근종이 생겨 생리 양이 증가할 수 있고, 이 때문에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빈혈은 흔한 혈액학적 이상이며 특히 여성과 만성질환자에게 잘 발생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4.5배 정도 유병률이 높아 남성의 빈혈 사례는 잘 조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의 빈혈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빈혈 있다면 위암·대장암 발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생리 등의 이유로 피를 흘리지 않기 때문에 빈혈 증세가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피가 샌다는 말이다.

그 이유에는 치질 같은 질환도 있지만, 중년의 나이는 위암이나 대장암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다른 증상 없이 빈혈 때문에 진단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속이 아프지 않다고 무시하면 위험하다.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유영진 교수는 “빈혈은 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 다른 원인 질환이 있어 나타나는 증상 징후이기 때문”이라며, “배가 아프다고 진통제만 먹으면 위험한 질병을 놓쳐 큰 병이 될 수 있듯이 빈혈이 있다고 철분제만 복용하면 꼭 치료해야 하는 위험한 질환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철분제가 다 듣는 것은 아니다

빈혈의 원인이 모두 철 결핍은 아니다. 빈혈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적혈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철분이 부족한 철 결핍 빈혈이 가장 흔하지만, 엽산이나 비타민B12가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고, 골수에서 적혈구를 잘 만들지 못하는 재생불량 빈혈이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같은 병도 있다.

흔히 빈혈약이라고 하면 철분제를 먹으라고 말하는데, 철분제는 당연히 철분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다른 이유로 빈혈이 생긴 사람들에게는 피가 만들어지지 않아, 피를 만드는 재료인 철분이 몸에 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철분이 너무 많이 축적되면 오히려 해롭기 때문에 철분 결핍이 아닌 사람이 철분제제를 먹는 것은 빈혈이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유영진 교수는 “빈혈은 흔히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이라고 알고 있지만, 남성에게는 새로운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며, “빈혈 증상에 따라 치료나 약이 다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으면 전문 진료를 받아 개인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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