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빠의 후회 “독감 주사를 우습게 봤어요”

[슬기로운 백신 생활 ④] 독감 백신, 오해와 진실

[사진=skynesher/gettyimagesbank]

백신 예방접종은 감염병(전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보건의료 체계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를 유통하고 더 나아가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백신 거부 운동은 급기야 ‘집단 면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코메디닷컴’은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백신을 둘러싼 이런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불안의 근거는 얼마나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보았다. 그 과정에서 ‘슬기로운 백신 생활’을 모색한다.

독감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됐다.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들리면 주변에서 “(독감 백신) 주사 안 맞았지” 하는 질책이 이어진다. 실제로 상당수 성인은 독감 백신을 맞지 않는다. 따끔거리는 정도지만 주사를 맞는 일은 언제나 무섭고 또 귀찮은 일이다. 여기에 난 건강하다는 자신감까지 겹쳐서 생기는 일이다.

실제로 독감 백신 얘기가 나오면 “그걸 왜 맞아?, 애들이나 맞는 거지. 난 건강해”, “병원까지 언제가. 지난해에도 안 맞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같은 반응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독감 백신, “난 건강하니까 괜찮아!”

질병관리본부의 2016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영유아에 해당하는 1세부터 5세까지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남자 73.1%, 여자 73.6%로 평균 73.3%의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19세 이상 성인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남자 32.3%, 여자 42.4%로 평균 37.4%에 불과했다. 특히 19세부터 29세 성인 접종률은 14.8%로 10명 가운데 1.5명 정도만 독감 백신을 맞았으며, 40대 성인의 접종률도 22%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김윤경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고령층과 영유아층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70% 이상이다. 그러나 학생부터 성인까지의 접종률이 낮다. 청소년과 성인층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윤경 교수는 집단 면역 차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나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았지만 내 주변 사람이 다 맞아서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도 독감 인플루엔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며 “이런 것을 집단 면역이라고 하는데 이 수준까지 되려면 사회 전체 독감 백신 접종률이 70~80%가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은 우선 접종군(영유아, 고령자)을 지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 연령이 독감 백신을 맞도록 하고 있다.

돈 들여 4가 백신 맞아야 해?

현재 국내외 출시된 독감 백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 3가와 4가의 차이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개(빅토리아/야마가타) 중 하나만 예방하는지, 둘 다 예방하는지가 다르다.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개와 B형 바이러스 1개만 예방해주고, 4가 백신은 A형 2개와 B형 2개를 예방한다.

B형 바이러스 두 개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에 4가 백신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에서 3가 독감 백신은 영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정부 정책상 전부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반면에 비교적 최근 영유아로 적응증이 확장된 4가 백신은 개인이 돈을 지불해야 한다(3만5000원~4만 원).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효과는 그 해에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겨울에 B형 바이러스 가운데 ‘빅토리아’ 타입이 유행한다고 예상해서 B형 빅토리아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실제로 겨울에 ‘야마가타’ 타입이 유행하면 이 백신은 제 역할을 못한다.

즉, 예상대로 3가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3종류가 유행한다면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효과는 차이가 없다. 반면, 4가 백신에만 포함된 B형 바이러스가 추가로 유행하면 4가 백신은 효과를 발휘한다. 김윤경 교수는 “(4가 백신)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니 비용에 상관없이 모든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싶다면 4가 백신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 보건 기구에서는 4가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 3가 백신 대신 4가 백신을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난 10년간 유럽 내에서만 ▲ 인플루엔자 발병 건수 최대 160만여 건 ▲ 입원 사례 3만7000여 건 ▲ 사망 사건 1만5000여 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 빨리 맞고 많이 맞으면 좋다?

그렇다면, 정말 완벽한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서 독감 백신을 좀 더 빨리 맞고 심지어 두 번 맞아도 괜찮을까. 이 문제는 독감 유행 기간과 백신의 약효 지속 시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독감 유행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다. 반면 독감 백신의 약효 지속 기간은 보통 6~7개월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학계에서는 평균적인 약효 지속 기간을 6~7개월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칫 접종 시기가 맞지 않으면 기껏 맞은 백신 접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시기인 9월~11월보다 빠른 시기인 5월이나 6월에 접종한다면 약효가 사라지는 12월 이후 뒤늦게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독감 백신을 빨리 맞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김윤경 교수는 “너무 빨리 독감 백신을 맞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특히 5살 미만 어린이의 경우 보호 항체를 유지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적절한 시점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며 ”일찍 맞으면 뒤늦게 독감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11월까지 맞히면 충분하다.

그럼, 두 번 맞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영유아를 둔 부모가 3가 백신과 4가 백신을 함께 맞는 경우를 물어본 적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역학과 관리’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력이 없는 만 9세 미만 소아가 아니라면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 절기에 1회만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기사는 ‘국민 건강 증진 공공 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 보도입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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