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뾰루지를 못 짜 안달이 날까?

[사진=Estrada Anton/shutterstock]

피부과 의사들은 뾰루지를 짜지 말라고 조언한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 의대 피부과의 마이클 올딩 박사는 “뾰루지나 여드름을 짜다가 염증 물질, 즉 고름이 제대로 압출되지 않으면 염증을 더 키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흉이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울을 바라보며 ‘저걸 짜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뾰루지를 짜내는 과정을 담은 찜찜한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수천만을 기록할 정도로 우리는 ‘그 짓’에 사로잡힌다.

미국 주간지 타임이 인간은 왜 뾰루지를 짜내고 싶어 안달이 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영국의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밸 커티스 교수에 따르면 뾰루지를 짠다거나, 상처에 앉은 딱지를 떼어내는 행위는 기생충이나 더러운 무언가를 제거하려는 본능적인 반사작용과 관련이 있다.

그는 “예민한 사람들은 심지어 다른 사람의 피부에 있는 이(蝨)나 뾰루지만 봐도 그걸 제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뾰루지를 짜는 등 더러움을 제거하려는 욕망은 진화의 과정에서 얻은 적응 형질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생활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뾰루지를 열심히 짜내는 데는 진화론적 사연이 있다고 친다면, 남이 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시청하며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뾰루지 짜내기를 공포 영화나 슬픈 노래, 비극적인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에 비유한다. 인간은 원래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경험에 매혹된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나 매운 음식을 먹는 행위도 마찬가지 사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의 폴 로진 교수는 “공포 영화 등을 볼 때 신체는 ‘안 돼!’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결국 나에게 실제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쾌락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착한 마조히즘’이라고 표현했다.

커티스 교수는 학습의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류는 직접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생존의 기술을 배우고 익혀왔다”면서 “(뾰루지를 짜는 영상을 시청함으로써) 실제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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