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4억 유전 정보, 허가 없이 이동 못해

[사진=Sergei Drozd/shutterstock]
14억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은 유전학 연구의 금맥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유전체 분석 기업 및 연구자의 유전 정보 공유를 단속하고 나섰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부(中华人民共和国科学技术部)는 지난 10월 인간 DNA 조직, 유전 정보 규제를 어긴 유전체 분석 회사 5곳, 연구 병원 1곳 등 6개 기관의 명단을 공개했다.

과학기술부는 이들 기관이 지난 1998년 공포된 공유 규제를 어겼다고 했다. 해당 규제는 한 기관이 국내 또는 국외 타 기관으로 인간 유전 물질, 유전 정보를 이전할 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관이 수집한 유전 정보를 활용해 국제 학술지에 투고할 때도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2018년 유방암 진단법 개발을 위해 사용한 조직 샘플을 베이징, 샤먼 소재 중국 유전자 분석 업체에 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조직 샘플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길 때 당국 허가를 받아야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글로벌 유전체 기업 베이징 게놈 연구소(Beijing Genomics Institute, BGI), 상하이 푸단대학교 부속 화샨 병원은 당국 허가 없이 중국인 유전 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BGI와 화샨 병원은 지난 2015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함께 우울증에 관한 대규모 유전학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네이처’에 게재됐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는 학술지에 중국인 유전 정보를 수록한 점을 문제 삼았다.

BGI는 “해당 연구에는 익명 처리된 1만 명 이상의 중국 여성 유전 정보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BGI는 “당국 지시에 따라 관련 데이터를 파기했으며 학술지 편집부에 해당 논문을 온라인상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중국이 정보 공유 규제를 하는 이유는 중국 국민의 개인 정보 때문만은 아니”라며 “이는 해외 기업이 중국 유전 정보를 통해 취득한 특허 이득의 일부를 취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가 중국 내 유전 정보 수집, 중국 연구진의 국제 연구 참여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코펜하겐 대학교 소속 안데르슨 알브레치슨 유전학 박사는 “14만 명의 중국인 여성 유전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데이터 전문가가 직접 중국까지 가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 밖에서 데이터 접속이 불가능했던 다른 연구자들은 원 데이터 없이 분석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

연구 윤리 전문가인 니콜라스 스터넥 미시건 대학교 교수는 “연구 투명성, 오픈 액세스, 데이터 공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최근 학계 흐름에 1998년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이라고 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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