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항생제 처방 절반으로…가능할까?

[사진=fizkes/shutterstock]
오는 2050년 연간 1000만 명의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 가운데, 항생제 사용 통제를 위한 정부의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항균용법학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2018년 항생제 내성 예방 주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일 1000명당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이는 OECD 평균인 1000명당 21.1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주로 급성 상기도 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항생제는 자연 치유보다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지만,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면역계에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2016~2020)’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 사용을 22.1% 수준, 전체 항생제 사용을 25.4%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원, 병원급 의료 기관이 가벼운 감기 증상에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상황.

항생제 관리 분과 배현주 위원장(한양대학교병원 감염 내과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환별 항생제 처방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의 60%가 상기도 및 하기도 감염 등 호흡기 감염에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배현주 위원장은 “정부의 항생제 관리 방침이 발표된 후 병원급 의료 기관의 감기 항생제 사용이 수치상으로 크게 줄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병원이 병명만 바꾸어 감기에 항생제 처방을 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심평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급성 상기도 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 49.5%에서 2016년 35.6%로 감소했다. 반면 급성 하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 21.7%에서 2016년 35.8%로 증가했다.

배현주 위원장은 “하기도 감염은 중증 질환인 경우가 많아 병원급 의료 기관에서 항생제를 처방할 일이 극히 드물다”며 “의사들이 감기를 급성 하기도 감염 항목으로 표시해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현주 위원장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의사는 증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약을 처방해 진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환자는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는 것보다 약을 처방받는 것이 심리적 만족도가 크다는 것.

배현주 위원장은 “의사, 환자 모두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았을 때의 즉각적인 이득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료진, 대중 양자에 대한 올바른 항생제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현주 위원장은 “사람 항생제, 동물 항생제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으나 정부가 추진하는 실질적인 정책 연구, 제도는 여전히 미진”하다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 종료 시점인 2020년도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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