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HIV 의료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 즉각 폐기해야”

[사진=Rawpixel.com/shutterstock]
병원 의사 단체가 질병관리본부가 제안한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 의료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이 에이즈 환자 기피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직역 협의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질본은 의료 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환자의 차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예방 가이드라인을 즉각 폐기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에 따르면, 질본은 최근 ‘HIV 감염인 의료 차별 예방 가이드라인(안)’을 만들어 오는 6일까지 의견 조회를 받고 있다. 병의협은 “HIV 감염인 문제는 단순히 인권의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질본이 에이즈 질병의 특수성과 사회 전반의 인식을 고려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본의 가이드라인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HIV 감염인 및 의심 환자와 대면하는 모든 상황에서 혐오나 경멸 등을 뜻하는 의사 표현을 해선 안 된다”고 권고한다. ‘혐오나 경멸 등의 의사 표현’의 대표적 예시는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혐오 발언, 차별적 태도 등이다.

병의협은 “문진은 모든 진료의 기본”이라며 “HIV 감염인 진료에서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질의와 사실 과정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의 성기를 진찰할 수도 있고 과거력 문진을 통해 환자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환자의 질병 진단 및 치료를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문진 과정에서 언급될 수 있는 동성애 표현도 차별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의료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일 뿐”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가이드라인 중 “처방전이나 차트 등 의료 기기에 감염 여부를 표시하는 행위는 차별”이라는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 기관의 감염 관리가 엄격해졌고 감염병 환제에 대한 식별 역시 감염 관리를 위한 필수적 노력 중 하나”라고 했다.

병의협은 “감염병의 종류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 기관은 B형 간염, C형 간염, 매독, HIV 등 여러 감염 질환을 의료진만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식별하고 있다”며 “감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차별이라고 한다면 이는 HIV 감염자에 대한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 중 의료 차별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HIV 감염인 처우 개선 과정에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예방 가이드라인을 의료 기관에 강제하는 것이 곧 HIV 감염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국가가 아닌 민간에 위탁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진정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진, 시설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HIV 감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대국민 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며 “예방 가이드라인 초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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