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비리 유치원과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워치]

[사진=metamorworks/gettyimagesbank]
비리가 발각됐음에도 사죄와 반성은커녕 원아 모집 중단과 폐원을 언급하며 버티는 사립 유치원.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부 비리 사립 유치원의 행태다. 어린 아이를 볼모로 정부는 물론 한국 학부모를 협박하고 있다.

비단 유치원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약가가 낮다며 매년 정부에 약가 인상을 요구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환자를 볼모로 약 공급 중단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간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조영제 리피오돌 공급이 갑작스레 중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약을 빠르게 접근하겠다는 것은 가격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그 과정에서 적절한 가격과 빠른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발언처럼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와 매년 힘겨운 약가 협상을 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주장처럼 한국 약가가 정말 낮느냐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를 대표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약가 수준 비교’ 자료를 통해 ▲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출시한 신약 약가는 OECD 회원국 평균 가격의 45% 수준 ▲ 보험이 적용된 신약 가운데 한국 약값이 가장 낮은 품목은 60% 라며 약가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KRPIA 관계자도 “국내에 도입되는 신약 약가는 전 세계에서 바닥 수준”이라며 “터무니없는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수준에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 용역 보고서 ‘제외 국가 약가 수준 평가 및 지침 개발 연구’ 결과는 다른 결론을 얘기한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아비 벤쇼산(Avi BenShoshan) KRPIA 회장이 참석한 이날 기동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평원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약가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낮지 않고 사용량을 고려하면 국내 약가가 더 높다’라고 나와 있다”며 “특정 연구나 집단 연구가 객관적인 지표로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비 벤쇼산 회장은 “약가를 비교할 때는 비슷한 국가까리 비교하는 것이 맞다. 이중 가격제를 적용하는 국가끼리, 한국처럼 단일 가격제를 적용하는 국가는 그런 국가끼리 비교해야 한다”며 “인구 수준도 비슷해야 하고, 일인당 GDP도 비슷한 국가끼리 비교해야 맞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글로벌 제약사가 참고하는 약가 비교 연구는 A7국가에 속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한 연구다.

즉,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민 소득이 높은 국가,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약가 제도 운영 방식 등 제도적 차이가 많이 나는 국가와 비교한 연구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것. 약가 산출 기준의 여러 측면에서 타당성에 대한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이를 고려치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비 벤쇼산 회장은 말대로 적절한 약가 비교를 위해서는 전 세계 국가에 공급하고 있는 약가를 글로벌 제약사가 공개해야 한다. 기동민 의원도 “한국 약가 수준 연구를 위해서는 각 제약사 별로 실제 약가와 경제성 평과 결과 값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비 벤쇼산 회장은 “KRPIA 회장 위치에 있지만 회원사가 동의하는지 안 하느지 그런 부분에 발언할 권리는 없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아비 벤쇼산 회장은 “KRPIA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업무는 환자에게 혁신적인 신약을 가장 빠르게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외국 약가 참조 기준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이를 통해 외국 약가 참조 방법 지침을 제안하고, 현행 외국 약가 참조 시 약가 참고 방법 및 기준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연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와 KRPIA는 형평성 있는 약가 비교 연구를 통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결과가 나온다면 KRPIA, 글로벌 제약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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