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다시 쓰는 병원, 왜?

일회용 의료 기구는 주삿바늘만 있는 게 아니다. 10만 원짜리 수술에서 20만 원짜리 기구가 한 번 쓰이고 버려지기도 한다.

지난 6월 29일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일회용 의료기구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며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의 재사용만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내는 등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14일 국회에서는 ‘의료기구 멸균 실태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어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의료계는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병원수술간호사회 이선영 정보이사는 “일회용은 일회용으로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회용 기구는 내구성을 기대하기 힘들어 재멸균 과정에서 기능 위험도 크고, 내관이 좁거나 분리되지 않아 세척이 어려운 기구도 많다. 또 엄격하게 일회용 기구를 세척하고 멸균한다 하더라도, 박테리아나 미생물은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교차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병원에서는 일회용 기구를 재사용할까. 시간, 돈, 인력. 모든 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술 기구 등이 적은 수술비에 포함되어 있거나, 몇 개를 쓰든 수가는 정액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유는 돈이다. 예를 들어, 20~40만 원짜리 기구가 일회용으로 지정되어 있다. 신경외과에서 쓰는 절삭기는 사용 후 세척과 멸균 과정 중에 얼룩이 지고, 녹이 생기기 때문에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기구는 개두술이나 척추 수술에 사용되는데 단가는 20만 원에서 28만 원을 오간다. 하지만 개두술 정액 수가는 12만 원대에서 16만 원대다. 척추 수술은 더 낮은 11만 원대다.

의료계는 일회용 기구를 재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이런 환경은 타파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실의 멸균 수준 향상이라는 것. 일회용 기구는 일회용으로 써야 하며, 재사용 기구의 재처리 시스템이 중앙화되어 전문적인 질 관리가 시급하다는 게 종합적인 의견이다.

재처리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 배치 또한 시급하다. 대한외과감염학회 강중구 회장에 따르면, 의료기구와 멸균 방법은 점차 더 복잡해지고 있고, 진료과마다 특성 차이가 커지고 있어 멸균 등 재처리 전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멸균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수술 감염 감시를 위한 외과 전문 인력이나, 세척 및 멸균 전문 인력을 중앙공급실 등 전문 부서로 중앙화해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작년(2017년) 전국 ‘중앙공급실 운영 현황조사’에 따르면 수술기구 멸균 업무를 세척부터 전 과정을 시행하는 기관이 33.1%에 불과하다. 이선영 정보이사는 “의료기구를 검수하고 세척 및 멸균 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적용하기 까지는 최소 6시간 이상 든다”며 “수술실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ChaNaWiT/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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