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구하기’…과학계 “유망 과학자 매도하면 안 돼”

과학기술 원로 단체가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 빼돌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진수 단장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12일 서울 강남 과총회관 대회의실에서 ‘연구 윤리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초 이번 과총 토론회는 지난 7월 언론 보도된 해외 허위 학술대회의 문제점을 짚고 과학기술 학계 내부에서 스스로 연구 윤리 강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최근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전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이 특허 빼돌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일부 참석자들이 김진수 단장 사례를 언급했다.

‘한겨레’는 지난 7일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김진수 단장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29억36000만 원을 받아 완성한 기술 권리를 소속 기관 서울대학교가 아닌 민간 기업 툴젠이 전부 갖도록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단장은 현재 툴젠 주식의 21.3퍼센트(약 1572억 원 가치)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과총은 이번 토론회에 김진수 단장 의혹을 최초 보도한 ‘한겨레’ 기사 1건, 서울대-툴젠 공식 해명 자료 각 1건, ‘한겨레’ 보도를 반박하는 타 매체 기사 3건을 묶어 26쪽짜리 별도 자료로 배포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며칠 전 김진수 단장이 유전자 가위 기술에 수천억 원대 특허를 빼돌렸다는 기사가 나와 후속 기사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왜곡된 정보가 돌아다니며 과학기술계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염려된다”고 했다.

김명자 회장은 회장 본인의 사례에 김진수 단장 사례를 빗대 말했다. 김 회장은 “2016년 2월 선출직으로 과총 회장을 맡게 된 본인에 대해 일부 언론이 사실 관계를 왜곡한 보도를 내고 있다”라며 “하물며 비상근 봉사직인 과총 회장직도 이정도인데 수천억 원대 가치의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는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명자 회장은 “일부 고의성을 갖고 연구비를 악용하는 연구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상식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 연구자가 그런 사기극을 벌이겠느냐”라며 “김진수 단장이 고의성이 있었냐를 밝히기 이전에 한 연구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김승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기획정책담당 부원장은 “개인적으로 김진수 단장 의혹은 대단히 억울한 케이스라고 본다”고 했다. 김 부원장은 “국가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는 좋은 논문을 쓰고, 해당 연구로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했다면 그 자체로 연구비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했다.

김승조 부원장은 “해당 연구 결과를 상업화해 민간 기업을 성장시킨 건 추가적 업적”이며 “시간이 지나 기술 가치가 성장한 것을 수천억 원대 횡령이라고 표현하면 민간 기업을 차린 모든 연구자가 연구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원장은 “김진수 단장이 회사를 차리려고 세금을 받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노벨상으로 갈 수도 있는 중요한 과학자를 매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과학기자협회에서도 ‘김진수 단장 구하기’에 힘을 보탰다. 김진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한겨레’ 보도를 “변지민 한겨레 기자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리포트”라고 표현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가져야 할 특허가 개인 기업으로 이전된 사실 관계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라며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김진수 단장의 성과가 한 순간에 매도당하는 형태로 써야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진두 회장은 “김진수 단장과 관련된 논란은 이미 언론계 내부에서도 돌고 있던 것”이라며 “내부 논란이 언론에 나오는 순간 국민에게 과학기술계 전체가 못 믿을 집단으로 매도되며 과기계가 독립적,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도 멀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는 툴젠과 기술 이전 계약 당시 특허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직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사진=과총 연구윤리 대토론회 개회사에 나선 김명자 회장]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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