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교훈 “병문안 문화, 이번에는 바꾸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보건 당국과 병원 측의 대응이 신속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환자 186명이 발생해 38명이 사망했던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밀접접촉자(21명)를 자택격리하고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승객 등 일상접촉자에 대해서도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22일간 체류했던 이번 메르스 환자(61세 남성)는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국가 지정 격리 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발병과 관련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

61세 메르스 환자는 귀국 후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면서 전화로 중동 여행 경력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남성이 도착하자마자 다른 환자들과 뒤섞이지 않도록 격리 병실에 입원시켰다. 의료진도 방호복 차림으로 환자를 진료해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도 자택 격리 조치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얻은 학습 효과라 할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킨 원인 중의 하나가 병원내 감염이었다. 당시 정부는 환자가 거쳐 갔던 병원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병문안을 갔다가 졸지에 메르스 환자가 된 사례가 속출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병원 측의 침착한 대응으로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을 거치면서 일반 환자나 가족의 접촉이 없었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병원은 온갖 질병을 가진 수많은 환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의료진도 감염을 걱정할 정도로 위생이 열악한 의료기관도 있다. 특히 폐렴 등 호흡기질환 환자가 입원한 병실은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면역력과 체력이 약한 노약자가 다리 골절 등의 부상으로 입원했다가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호흡기 질환이 생긴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병원내 감염도 큰 위험 요인이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안에서 감염되는 폐렴을 병원획득성 폐렴으로 부르는데, 집이나 직장 등에서 얻은 폐렴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폐렴은 폐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병원에서 감염될 경우 강도가 더욱 세다는 것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는 병원 내 감염이 국가적 재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메르스는 7-14일의 잠복기 이후 고열과 함께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의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일부는 구토나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병원에서 오히려 병을 옮겨가는 병원 감염을 줄이려면 호흡기 등 감염병 환자를 위한 별도 응급실이나 병실을 만들어야 한다.

호흡기 감염병 치료를 위해서는 실내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한 음압병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용 등으로 인해 아직도 음압병실을 설치못한 의료기관들이 많다. 면역력이 약한 중증 질환자가 언제든지 치사율이 높은 ‘병원 내 감염 폐렴'(흡인성 폐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3년 만에 메르스가 발병하자 국내 주요 의료기관들이 병원 내에서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는 등 지난 메르스 사태 때와는 다른 공세적 감염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건강강좌를 무기 연기하고 외래 환자와 방문자 등의 발열 증상을 체크하는 등 메르스 위험관리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해 지나친 공포나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방역 체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는 양상이 달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메르스는 치사율이 30%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38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메르스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이번 메르스 발병을 계기로 병문안 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온 가족이 총출동하는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한때 대대적인 캠페인까지 벌어졌지만 이내 잠잠해 졌다가 다시 병문안 문화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보호자 한 사람을 제외한 외부인의 면회를 전면 제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는 사망자 숫자로 그 위험성이 확인됐지만 평소 폐렴 등 병원내 감염병은 그 몇 십배, 몇 백배에 이를 수 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확한 사망자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이다. 이번 제2의 메르스 발병을 계기로 가족, 친지 등이 입원하면 병원에 직접 들러 위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게 바꿔보자. 병문안 문화도 ‘과잉대응이 낫다’는 것을 모두가 증명해보자.

[사진=Kateryna Kon/shutterstock]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