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수술 환자 뇌사에 “수술실 CCTV 설치하자”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10일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씨앤아이소비자연구소는 최근 보도된 대리 수술 사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핵심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 기기 업체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집도했다가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해당 정형외과 원장은 외래 환자를 진료하느라 대리 수술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병원은 수술 전 동의서를 위조하고, 대리 수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 기록서까지 조작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경찰의 CCTV 영상을 통해서다. 지난 7일 부산 영도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로 정형외과 전문의 A 씨와 의료 기기 업체 영업 사원 B 씨, 간호사 등 7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CCTV를 보면 이날 피해자가 수술장에 들어가기 10여 분 전쯤, 의료 기기 영업사원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의사는 이후 수술 중간에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가 20분도 되지 않아 수술실을 떴다. 경찰은 의료 기기 업체 직원이 이전에도 이 수술실을 9차례 출입한 영상 또한 확보했다.

이 사실을 두고 소비자와 환자 단체는 ‘반인륜 범죄’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환자 동의 없는 대리 수술은 의사 면허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 사기’라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제일 먼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19대 국회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수술이나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CCTV 촬영을 의무적으로 하고, 촬영한 영상은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사·재판·분쟁 조정 등과 같은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의 반대로 폐기됐다. 소비자와 환자 단체는 “20대 국회에서 다시 의료법 개정안 발의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 취소 조항을 강화하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 수술은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뿐만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

공동 성명을 낸 단체는 “환자에 대한 정당한 수술 행위가 되려면 ‘의사 면허의 유무’보다 ‘환자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리 수술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검찰이 사기죄와 함께 상해죄로도 기소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수술복 차림으로 수술장에 들어가는 의료 기기 판매 사원]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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