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 때문에 목숨 끊는 10대, 세상이 변했다

2009년을 기점으로 아동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등극했다. 그 후로 9년째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청소년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사망하는 청소년 수는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시대, 초고령화 시대에 직면한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도 위태롭다.

#1. 김 군은 학교에서 성실하고 밝았던 아이였다. 성적도 좋고, 친구 관계도 좋고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김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누구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김 군의 심리 부검 결과, 김 군은 우울 장애로 진단됐다. 학교에서의 모습과 달리 만성적으로 우울했던 아이로, 사망 1주 전 기말고사를 치르고 아버지에게 성적을 거짓으로 이야기해 심하게 야단을 들었다. 그리고 성적 발표 이틀 전, 학원에 간다고 집을 나선 김 군은 근처 높은 건물에서 투신했다.

자살로 사망한 학생 중 32.9%는 사망 전 부모님과 갈등이 있거나 시험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등 주요 스트레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67%는 사망 전 보고된 스트레스 사건이 보고되지 않았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만 14~18세의 중고생 50% 이상이 학업과 진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회 심리적 불안 요소가 분명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청소년은 명백하지 않은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유발 요인이 되기도 한다.

#2. 박 군은 학업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 않았고 성적도 낮은 편이지만 조용하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했다. 평범한 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학교에선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의 박 군은 달랐다. 박 군은 인터넷 도박에 빠져 큰 빚을 진 상태였다. 박 군은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못하고 빚을 갚기 위해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사기를 쳤다. 허위 매물 신고로 수사가 진행될 무렵, 박 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며 겪는 문제도 있다. 요즘 청소년은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을 접하며 알지 않아도 될 정보까지 알게 됐다. 그에 따라 새로운 문제에 휘말리기도 하며, 자살 방법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또 청소년과 부모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의 특성으로 꼽힌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 대책과 인터넷, 소셜 미디어상의 자살 유해 정보 차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심리 부검을 했을 때, 자살자의 93.4%가 사전 경고 신호가 있었다.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경고 신호를 인식한 주변의 누군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접근과 지원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자살 경고 신호에 대한 지식과 교육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Voyagerix/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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