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성추행하는 검은 손, “교수님은 ‘참으라’고…”

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등 의학회가 의과 대학, 병원에서 발생한 위계에 의한 폭력 문제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30일 서울대학교 암병원 서성환홀에서 ‘병원 내 젠더 폭력의 권력 구조와 피해자 중심 해결방안’ 토론회를 주최했다.

젠더 폭력, ‘피해자 구제-권력자 처벌’ 원칙 세워야

초청 강연에 나선 전 스웨덴 보건사회부 가족 및 사회복지국장 페르-안데르슨 수네손 외교부 반인신매매 대사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성 판매자가 아닌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한 스웨덴 사례를 소개했다.

수네손 대사는 “성매매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성 판매자, 성 구매자의 성별이 아니”라고 했다. 수네손 대사는 “거의 모든 성 판매자는 권력 구조상 취약 계층에 속하며 성 구매자의 착취 대상이 된다”라며 “성 판매자에 대한 일체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 판매자를 피해자로서 보호하고, 성 구매자를 권력자로서 처벌하는 스웨덴의 성매매 금지법은 일명 ‘노르딕 모델’로 불린다. 수네손 대사는 “성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스웨덴 내 성매매 시장 유지를 위한 공급자의 로비가 줄었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매매는 더 이상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당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의대생-전공의, 의학계 권력 먹이 사슬 ‘최하위’

이동재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학생협회 회장은 수네손 대사의 발표에 “권력 관계로 인한 문제는 피착취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착취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학생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제1차 의대협 실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습에 참여한 의대생 566명 가운데 47퍼센트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피교육자로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 했다”고 답했다. 이 중 15퍼센트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4퍼센트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했다.

인권 침해 사례는 주로 인격 모독(49.9퍼센트), 성차별적 발언(18.1퍼센트), 비속어 및 욕설(11.7퍼센트) 등이었다. 이동재 회장은 “삶의 질, 인권은 청년 세대의 공통 문제이지만 의대, 의학계라는 좁은 사회의 특수성이 해당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2010년 여성 전공의 중 약 20퍼센트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러한 경향은 5년 뒤인 2015년 조사 결과(24퍼센트)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의료계에 만연한 폭력, 성폭력 문제가 여전하거나 더욱 심각한 정체 상태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치현 회장은 “최근 전공의 2명이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했지만 결국 해당 피해자들만이 전공 과를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가해자들은 병원으로부터 감봉, 견책 등 가벼운 징계만을 받았으며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도 해당 사건을 ‘문제 없음’으로 종결했다”고 했다.

안치현 회장은 “금일(30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동 수련 절차 개선, 지도 전문의 자격 제한 조항 등을 포함한 ‘전공의 폭력, 성희롱 등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지침’을 끝내 부결했다”고 알렸다.

안치현 회장은 “병원, 보건 당국, 대한의학회 및 26개 전문의학회가 피해 전공의에게 한 목소리로 ‘가만히 있으라’는 회유와 압박을 지속하는 이상 병원 내 위계에 의한 폭력 구조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Syda Productions/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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