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의 대신 간호사가 수술, 내 상처 꿰맨 사람은?

의료 기관이 인건비 감축 등을 위해 불법 운영해 온 PA 제도 해결에 내부 고발자 보호 등 자체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 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지난 27일 강원대학교 병원 사태로 불거진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에 관한 월례 세미나를 열었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PA(UA, Unlicensed Assistant)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PA는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말한다. 미국에서 성행 중인 PA 제도는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을 포함하며 주로 종합 병원 이상의 일반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PA에 대한 법정 규정 및 정규 교육 과정이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의료 기관은 전문 의료 인력 부족, 인건비 감축을 이유로 암암리에 PA 간호사를 두고 있다.

2017년 대한전공의협의회-동아일보가 공동 시행한 ‘전국 병원 수련 환경 평가’ 응답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909명 가운데 21.8퍼센트가 “소속 병원에서 PA가 독립적으로 침습적 술기를 하는 것을 본 적 있다”고 답했고 33%는 “독립적으로 약 처방하는 것을 본 적 있다”고 했다. 2017년 국정 감사에서는 전국 국립대병원 소속 PA가 2013년 392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897명을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치현 회장은 “PA의 불법 의료 행위는 환자 안전 및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안 회장은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이 누구에게 수술을 받는지 알기 어렵다”라며 “수술 전 동의서에 사인을 할 때도, 심지어 의료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도 자신을 수술한 사람이 전문 의사인지, PA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대법원은 “의료인이 행하지 않아 발생할 수도 있는 보건위생상 우려는 실제 발생한 구체적 위험이 아닌 추상적 위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안치현 회장은 PA 제도로 인한 환자 안전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무면허 의료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환자 안전, 전문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할 보건 당국은 ‘불법 의료 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적극적인 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안치현 회장은 “지난 7월 강원대병원 PA 간호사가 불법 의료 행위를 한 사실이 언론 보도됐을 때 보건 당국은 ‘신고자가 대체 누구냐’를 가장 먼저 물었다”고 했다. 안 회장은 “신고가 이뤄진 후에야 뒤늦게, 신고자에 대한 보호 없이 이뤄지는 행정 조치는 불법 의료 행위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안치현 회장은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함에도 PA 업무를 택하는 이유는 태움,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간호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회장은 보건 당국에 “의료인 중심의 적법한 의료 행위의 기준을 바로 세우되 간호사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한 개선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Yuriy Bartenev/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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