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음주 연구, “마시라고, 말라고?”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의학 기사는 종잡을 수 없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 기사도 있다. 지난주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실린 연구가 그랬다. “안전한 음주는 없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한 방울도 해롭다는 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인디애나 대학교 의과 대학 에런 E. 캐럴 교수의 칼럼을 28일 실었다.

◆ 통계학? 의학?=랜싯의 연구 결과는 새로운 실험에서 나온 게 아니다. 기존 연구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검토한 이른바 메타 연구다. 게다가 기존 연구는 대개 관찰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졌다.

관찰 데이터는 형편없는 수치인 경우가 많다. 측정되지 않은 변수를 참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음주자가 가난하거나,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담배를 피워도 그저 ‘음주자’로만 간주한다. 더 정확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통계적 기법은 이번 연구에 적용되지 않았다.

관찰 연구를 합쳐 표본 크기를 크게 늘리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실제 치료에 어떤 시사점도 주지 못할 수 있다. 메타 분석이 간과해버린 아주 작은 차이점이 임상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얼마나 위험한가=하루 한 잔의 술도 위험하다면 얼마나 위험한 걸까? 이번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루 한 잔 술을 마시는 10만 명 가운데 4명이 알코올 관련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음주량이 늘면 커지지만 미세한 정도다.

이 위험을 무시하라고 선동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정도 위험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다른 위험에 비해 크지 않다.

◆ 해석의 문제=연구에 첨부된 도표가 있다. 음주량(0~15잔)에 따라 위험이 증가하는 걸 보여준다. 생각을 바꿔보자. 하루 15개의 디저트는 분명 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디저트 개수(0~15)에 따른 위험을 보여주는 도표를 똑같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디저트 한 조각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게 절대로 디저트를 먹어선 안 된다는 걸 의미할까?

인구적 차원에서 설계된 이런 연구는 거시적인 정책을 논의할 때 쓰이는 게 낫다. 예를 들어, 대중에게 과음의 위험을 깨닫게 하는 캠페인을 할 때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 차원으로 해석해 패닉에 빠질 필요는 전혀 없다.


◆ 정답은 있다
=메타 분석은 더 해봐야 새롭게 나올 이야기는 없다. 적당한 음주가 이로운지, 해로운지 알려면 방법은 한 가지다. 대규모 무작위 통제 실험 외엔 답이 없다.

최근에 그런 실험이 진행되긴 했다. 아쉽게도 주류 업계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등 연구 윤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공적인 자금으로 연구를 진행해볼 만 한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Jacob Lund/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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