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대란? 산부인과 의사 “임신 중절 수술 전면 거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 임신 중절(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미 예고된 사태였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 행정 처분 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고 해당 개정안에는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를 하게 한 경우, 1개월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의 의지를 명문화했다며, 해당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전면 거부할 것을 예고했다. 오늘(28일) 공식 선언한 것이다.

현재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음에도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복지부는 “의료인 처벌을 강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종전부터 불법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1개월의 자격 정지 처분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종전과 동일한 처벌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도덕적 진료 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실제로 최근 5년간(2013~2017년) 임신 중절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에 대한 자격 정지 처분을 21회 실시한 바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해당 법안을 비판하는 여론은 ‘불법 낙태’가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포함된 채 개정안을 발표한 것 자체를 시정하라는 입장이다.

2016년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 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의료관계 행정 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주사기 재사용이나 성범죄와 함께 ‘불법 낙태’ 항목이 들어갔다. ‘불법 낙태’ 항목이 들어간 것에 대한 강한 반발과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보건복지부는 재검토하겠다며 해당 개정안 논의를 미뤄두고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23일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수많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30~50만 이상 낙태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회는 “이러한 현실에서 불법 인공 임신 중절의 원인 및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임신 중절 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하여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 중절 수술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관련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언급하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당장 입법 미비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 처분은 유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한민국의 산부인과 의사는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며 “이에 대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혀두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사진=Blue Planet Studio/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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