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조기 발견의 해법 “당뇨병을 잘 살피자”

췌장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5년 상대 생존율을 보자. 전체 췌장암은 10.8%로 5년을 버티는 환자가 10명 중 고작 1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암이 췌장 자체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될 경우 34.5%로 생존율이 올라간다.

췌장암이 늦게 발견돼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했다면 15.2%,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도 전이된 경우 2.0%로 생존율이 뚝 떨어진다(2017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 과거 췌장암 진단을 ‘사형 선고’로 받아들인 것은 너무 늦게 발견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어떻게 하면 췌장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을까

최근 수많은 전문가들이 췌장암 조기 진단법을 찾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췌장암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췌장암의 발생 원인을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흡연이나 비만 등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암들은 혈액검사로 조기 진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췌장암은 아직 그런 방법이 없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 환자, 흡연자 등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은 초음파 내시경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췌장암 있으면 당뇨병 위험 5.15배

당뇨병과 췌장암의 연관성을 깊이 파고들면 췌장암 조기 발견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립암센터 황보율 전문의 연구팀이 지난 6월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5.15배나 됐다.

반면에 신장암(3.32배)을 제외하곤 간암(1.95배), 담낭암(1.79배), 폐암(1.74배), 혈액암(1.61배), 유방암(1.60배), 위암(1.35배), 갑상선암(1.33배) 환자들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을 넘지 않았다. 나머지 암은 통계적인 의미가 없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종양 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인슐린을 잘 분비하지 못하게 되고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 수술, 방사선 등의 치료 중 췌장 기능이 손상될 수 있고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과 일부 항암제가 고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많이 쓰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도 부작용으로 당뇨가 생길 수 있다.

– 갑자기 당뇨병 걸리면 췌장암 검사 필요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5년 이상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당뇨병은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요인이다. 췌장암을 진단 받기 2년 전쯤에 흔히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자는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하면 3개월 이내에 당뇨병이 호전되기도 했다.

따라서 가족력 없는데도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제2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은 1.8배로 높아진다.

– 내 몸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

췌장암의 약 10%는 유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형제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췌장암 환자가 두 명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암협회(ACS)에서는 유전자검사에 대해 전문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장기간 흡연을 해 온 사람이나 만성 췌장염 환자, 65세 이상의 나이, 과도한 열량 섭취도 췌장암의 위험요인이다. 이런 요인에 당뇨병 진단까지 받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의심이 생기면 “(췌장암) 검사를 하고 싶다”고 의사에게 먼저 말해야 한다. 최악의 암인 췌장암을 조기발견하기 위해서는 병에 대해 많이 배우고, 내 몸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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