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의 통곡 “작은 멍울을 무시했어요”

내가 암에 걸리다니… 그것도 초기가 아니고 유방암 3기. 겨드랑이 림프절에 3개의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라고 하더군요. 어느 해 겨울 무심코 만져본 왼쪽가슴에 작은 멍울들이 무수히 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급히 동네 방사선과를 찾아 갔는데 의사는 섬유선종이라며, 커지는지 좀 더 두고 보자고 하더군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 뒤 2년 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조그만 회사에 취업도 해 바쁘게 지내던 중 여름휴가를 이용해 다시 건강검진을 받았지요. 그런데 초음파검사를 하던 의사의 얼굴이 어두웠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변형이 됐고 농양도 보인다고 했습니다. (40대 여성 유방암 환자 김 모 씨)

김 씨의 조직검사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종괴(덩어리)의 크기가 11센티나 돼 너무 커서 수술도 바로 할 수 없다고 했다. 3회의 항암치료 후 종괴의 크기를 줄여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방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김 씨는 ‘죽음’을 직감하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밤잠을 못 이루며 통곡하는 날도 많았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건강검진을 미루고 몸을 살피지 못한 대가치곤 너무나 가혹했다. 이제 겨우 빚을 다 갚고 홀가분해졌는데 암이라니…. 주변에선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항암제는 엄청나게 비싸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치료보다 다시 돈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의 암 1위. 매년 증가

김 씨가 투병중인 유방암은 2015년 1만9142건이나 발생했다(중앙암등록본부 자료).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여성암 1위이다. 건강정보의 영향으로 유방암 예방법이나 증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매년 증가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4.2%로 가장 많았고, 50대 30.6%, 60대 15.6%의 순이었다. 40-50대 중년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암이 바로 유방암이다. 남성 유방암 환자도 77건 있었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 위험도 8-12배↑

유방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쪽에 유방암이 있는 사람은 둘 다 암이 없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2-3배 높다.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 환자라면 그 위험성은 8-12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가족력이 의심될 때는 전문의와 상의해 유전자 검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기 검진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

– 여성호르몬 치료 등은 신중해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유액이 들어 있는 유관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호르몬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커진다. 이는 경구 피임약, 폐경 후의 호르몬 치료는 물론 정상적인 생리 과정에서 작용하는 여성 호르몬도 해당한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유방암 예방을 위해 여성호르몬 제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피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이상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안전하다. 경구 피임약의 경우 유방암 위험을 2배 정도 높인다는 보고가 있지만, 젊은 여성들의 저용량 경구 피임약은 유방암 유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출산, 수유, 음주, 비만 여부도 잘 살펴야

대부분의 유방암은 40세 이후의 여성에서 발견된다. 나이가 많아지면 유방암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적은 여성, 첫 자녀를 늦게 본 여성, 그리고 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도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하루 두 잔 이하의 음주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위험성 역시 증가한다. 유방암과 관련해서 적정 음주량이란 없다. 약간의 알코올 섭취도 유방암의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비만 또한 주의해야 할 요인이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의 비만이 더 위험하다. 폐경 이전의 비만 역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비만은 인슐린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세포의 정상적인 사멸을 저해하는 등 발암 환경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 가장 흔한 증상은 멍울이 만져지는 것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 없이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되면 유방뿐만 아니라 겨드랑이에서도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염증성 유방암’은 멍울은 잘 만져지지 않으면서 피부가 빨갛게 붓고 통증이나 열감이 있을 수 있다.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잘 낫지 않는 습진이 생기면 유방암의 일종인 파제트병의 증세일 수 있다. 암이 진행하면 유방 피부의 부종으로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두꺼워질 수 있다. 이는 피부 밑의 림프관이 암세포에 의해 막혔기 때문이다.


– “자신의 유방을 꼭 살피세요”

본인 스스로 하는 유방 자가검진은 꼭 필요하다. 가장 적절한 시기는 매월 생리가 끝나고 2-7일 후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가 좋다. 폐경이 된 여성은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서 한다. 먼저 거울 앞에서 유방을 관찰하고 앉거나 서서, 그리고 누워서 만져본다. 이 때 멍울, 통증, 유두 분비물이나 함몰 여부, 유방의 주름, 유두습진, 유방 피부 및 크기의 변화, 유두의 위치 변화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멍울(덩어리)이 있다고 의심되면 부드럽게 유방을 눌러 보고 유방을 움직여서 함몰된 곳이 있는지 찾아본다. 피부가 함몰되거나 유두가 치우친 것이 보이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림프관이 암에 의해 막히면 피부에 부종이 생기며, 땀구멍이 확대되고 피부가 두꺼워진다. 전에는 탄탄히 서 있던 유두가 위축되거나 방향이 바뀌었다면 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 검진에서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 지방 섭취 줄이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앞에서 열거한 가족력, 호르몬 치료, 음주, 비만 등 위험요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 기능에 좋고 에스트로겐 농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채소와 과일을 매끼 먹는 것이 좋다.

육류 등 지방 섭취를 줄이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녹차의 주성분인 폴리페놀, 특히 카테킨 성분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유방암 조직의 혈관 성장을 둔화시키고 에스트로겐 농도를 낮춰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국립암센터는 40-69세의 여성은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암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촉진과 초음파검사 등에서는 발견이 어려운 미세석회화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미세석회화란 유방 조직에 칼슘 성분이 쌓여 엑스선 영상에 작고 하얀 부분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그 일부는 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김은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유방암은 치료법이 발달한 대표적인 암으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호르몬치료, 표적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서 “이 중 수술은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수술적 치료 없이 유방암을 완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진=vareennik/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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