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의 처절한 외침…”약 좀 주세요”

[고가 신약, 환자가 죽는다 ②] 신속 건강보험 제도 가능할까?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는 경우를 ‘그림의 떡’이라 말한다. 효과가 획기적이라는 고가 신약을 바라보는 말기 암 환자의 상황이 그렇다.

한 달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신약 값 때문에 보통의 암 환자는 약을 처방받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로 처방받지 못한다.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눈 앞에 두고서도 치료를 못받아 죽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인 것이다.

일부 여론과 환자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도 환자의 신약 접근권에 대한 인권 원칙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가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이 한국에 시판됐다면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우선 약을 사용해 환자부터 살려놔야 한다”며 “그 다음에 정부와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인권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환자에게 의약품이 제한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를 위해 신속 건강보험 등재 제도를 제안했다.

신속 건강보험 등재 제도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을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허가 기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 심사 기관)에 시판 허가와 급여 결정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심사 및 결정도 동시에 이뤄지는 제도다. 허가 이후 신약이 시판되면 그 즉시 임시 약가로 환자에게 제공되고 이후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가 협상을 완료한 후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항암제 같은 고가 신약은 생명과 직결되고, 효능과 부작용이 현저하게 개선된 신약이지만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신속한 식약처 시판 허가와 국민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게 환자 단체의 주장이다.

“공감은 하지만…신중한 접근 필요해”

안기종 대표는 약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했다. 안 대표는 임시 약가와 관련해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 해당 신약이 3개국 이상 등재된 경우 등재 가격의 최저가 ▲ 3개국 이상 미 등재 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임시 약가 결정 등을 제안했다.

차액 사후 정산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임시 약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약가 협상 최종 약가와의 차액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을 하면 된다”며 “이미 환급형 위험 분담제가 사후 환급 절차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건보공단에서 행정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학계와 제약 업계, 시민 단체 등은 신속 건강보험 등재 제도에 공감은 하면서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배승진 약학 대학 교수는 “스웨덴이나 스위스 등은 보험 급여가 빨리 되고 약가가 비싼 국가”라며 “이들 국가에 등재된 약이라면 참고할 만한 가격이 상당히 높다.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배 교수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임을 전제하면 많은 사람이 항암제에 우선 순위를 둘 수 있겠지만, 건강보험료를 더 낸다거나 다른 전제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얀센 임경화  상무도 “신속 건강보험 등재 제도의 기본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도 “그 디테일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논의되야 할 사안이 많아 보인다. 고민을 하고 합의를 이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신속 건강보험 등재 제도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식약처 허가가 나도 건강보험 등재 과정이 진행이 안 돼 신약 출시가 늦어지고 접근권이 제약받고 있음에 필요한 취지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과장은 “가장 핵심은 가격인데 과연 제약사가  이 제도에 찬성할지 의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사후 정산에서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요청에 의해 검토하고 있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Jacob Lund/shutterstoc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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