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응급실 환자, 진료 거부 가능할까?

연일 불거진 응급 기관 의료진 폭행 사건에 “주취 환자, 폭행 위협 환자 진료 거부권을 강화해 달라”는 의료계의 일각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한 의료인 폭행 방지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7월 전북 익산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술에 취한 환자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응급 의료진 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 서비스 인터엠디가 지난 17일 국내 의사 1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 폭력에 대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5퍼센트는 “환자에 의한 병원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5.3퍼센트는 병원 폭력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병원 폭력을 행사하는 자의 음주 상태”를 꼽았다.

의료인, 의료 기관 개설자는 의료법 제15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아닌 이상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류현욱 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가해자 환자에게 무력으로 대응하는 순간 쌍방 폭행 사건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물리력을 사용하지 못하”며 “병원이 고용한 사설 경비원도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물리적 제지를 행사하지 못한다”고 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은 “응급 의료진 폭행 가해자가 환자, 환자 보호자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겠지’라는 인식이 전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폭행 가해자보다 진료 거부 금지 의무가 있는 피해자 의료진의 속사정을 우선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사 당국이 의료진 폭행 사건을 동네 술집 싸움 정도로 처리한다는 현장 증언이 속출하고 있는 것.

박진식 부위원장은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물리적 폭행뿐 아니라 외래 환자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며 협박 등 위험 행동으로 몇 개월간 병원 전체 의료진을 괴롭히던 환자의 사례를 언급했다. 박 부위원장은 “해당 환자를 돌본 간호사 10명 중 4명이 사직 의사를 표했”고 “주치의 한 명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의사 대여섯 명이 일주일마다 돌아가며 진료를 봤”지만 보건 당국이 뚜렷한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 행사는 진료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법 조항은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조항”이라며 “의료 행위 이전인 접수 단계에서 위험 환자를 사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식 부위원장은 이용환 변호사의 의견에 “병원이 접수 단계에서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재단할 수 없으므로 접수 단계 진료 거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건 당국이 ‘정당한 사유’ 문구의 적절한 유권 해석을 위해 전국적인 사례 조사를 실시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플로어 토론에서 전선룡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보건 당국 관계자에 “응급실 폭행을 저지른 환자의 국민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과장은 “국민건강보험 자격 박탈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이라며 “응급실 폭행 문제 해결에 무조건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사진=Treetree2016/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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