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프로포폴로 환자 죽인 의사, 감형 이유는?

버려진 프로포폴을 모아 재사용해 환자를 숨지게 한 강남 성형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안동범 부장판사)는 20일 업무상 과실 치사, 마약류 취급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정모 씨에게 1심보다 줄어든 금고 1년, 집행 유예 2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정 씨는 지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 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인 정 씨는 지난 2015년 2월 지방 이식 수술을 하면서 50밀리리터 주사기에 담긴 프로포폴을 투여해 환자 1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환자 1명에게 패혈성 쇼크 등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 씨는 마취제 프로포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가 몰리자 “수거함에 있는 빈 병에서 소량의 프로포폴을 모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지 않느냐”며 병원 간호사와 재사용을 공모했다. 간호사들은 정 씨의 지시에 따라 버려진 지 1주일 이상 된 프로포폴을 모아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수술 때 재사용했다.

재판부는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재사용을 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수술을 많이 할수록 성과급을 받을 수 있어 프로포폴을 무리하게 재사용할 동기가 충분한 점 등을 고려해 재사용을 지시하거나 최소한 묵인함으로써 공모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씨에게 “프로포폴 약제는 보존제나 향균 성분이 첨가돼 있지 않아 감염 위험성이 큰데도 간호사와 재사용을 공모하는 등 과실의 정도가 매우 중”하며 “사건 사고 발생 후 병원 직원과 말을 맞춰 책임을 모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한 점,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정 씨가 마약류 사용 내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한편, 2000년 개정 의료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일부 의료 관련 법에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만을 의사 면허 결격 사유로 본다. 살인, 업무상 과실 치사 등 일반 형사 범죄의 금고형을 선고받은 정 씨는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사진=Teresa Otto/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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