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회로 골머리 앓는 과학계, 의학계는?

연구자의 ‘가짜 학회’ 참석 문제를 두고 연구 윤리 자율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과학기술계와 달리 의학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7일 오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구 윤리 재정립을 위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학기술계 주요 단체는 ‘연구 윤리 재정립을 위한 과학기술계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성명 발표를 통해 “최근 연구비 부적절 집행, 미성년 자녀의 부당한 공저자 포함, 사이비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 등 연구 윤리를 훼손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과기계, 연구계, 정부 전문가 총 43명 위원으로 구성된 연구 윤리 전문가 포럼을 출범해 연구 윤리 회복을 위한 방안 수립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연구자의 가짜 학회 참석 실태는 지난 7월 뉴스타파를 통해 최초 보도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 7월 31일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 가짜 학회에 참석한 출연연 연구자를 전수 조사하고 향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연연 기관장 등과 함께 대응 조치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승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기획정책부원장은 “연구 윤리를 해치는 가짜 학회 문제는 비단 과기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자 회장은 “연구비 집행이 상당히 큰 시장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짜 학회가 지금보다 더 지능화된 사기 수법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성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은 “의학계에서는 가짜 학회 보도로 불거진 연구 윤리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의학계 내부에서는 가짜 학회와 관련된 연구 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가짜 학회 와셋이 수여한 최우수 프레젠테이션 상을 병원 홍보 자료로 활용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해당 연구자는 와셋의 초대를 받아 학회에 참석했으며 2016년 대한의학회지에 실린 정식 논문을 발표한 것이므로 연구 윤리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홍성태 부위원장은 “학회 초대 메일은 하루에도 열 통 이상씩 오는 것”이라며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자도 잘못된 피싱을 당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성태 부위원장은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학계 주요 단체에 연구 윤리 관련 위원회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했다. 홍 부위원장은 “윤리위원회가 있는 단체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정도”라며 “후자는 학술지 출판과 관련된 단체이므로 향후 한림원에서 연구 윤리 문제를 다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성태 부위원장은 “다만 과총 연구 윤리 전문가 포럼이 제안한대로 의학계 내부에서 각 학회 차원에 어떤 활동을 진행시킬 수 있을지는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진=와셋 홈페이지. 와셋 학회는 주로 유명 관광지에서 개최된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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